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탄 팔일 축제 내 7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31 조회수700 추천수4 반대(0)

명동 교구청에서 지내면서 늘 듣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명동 성당에서 타종하는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지금 이 시간도 창문 넘어 삼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지난 1년 많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은 더 잘 들렸고, 제가 무심하게 스치고 지나간 것들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깨어있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보내 주시는 뜻을 읽었을 것입니다. 세상의 것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제 방에는 탁상용 달력이 있습니다. 빈칸들에는 지난 1년간 제가 해야 했던 일, 저와 함께 하셨던 분들과의 만남,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1월에는 할아버지 기일이 있어서 어머니가 사시는 의정부 집엘 다녀왔습니다. 2월에는 주교, 사제, 부제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3월에는 제가 살았던 적성 성당에 사순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4월부터 8월까지는 매주 교황 방한 준비 모임이 있었습니다. 9월에는 신학교 지원자 면담이 있었습니다. 10월에는 예전에 알던 지인이 찾아와서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11월에는 사제, 부제 서품자들의 교구장님 면담이 있었습니다. 12월에는 대림특강을 다녔고, 성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지난 1년 탁상용 달력에는 무슨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는지요?

 

어떤 분들은 세월호, 쌍용, 강정, 밀양등과 같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소리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었던 성서 말씀은 요한 사도의 이야기입니다. 전승은 요한 사도께서는 예수님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성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며, 교회의 귀중한 보물인 요한복음, 요한 서간, 요한 묵시록의 저자라고 합니다. 복음에서 요한은 베드로 야고보와 함께 예수님께서 늘 가까이 데리고 다녔던 제자 중에 한 분이셨음을 알려줍니다.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셨을 때에도 요한 사도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죽은 소녀를 살려 주셨을 때에도 요한 사도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셨을 때에도 요한 사도는 함께 있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세상을 떠나실 때에도 요한은 예수님 곁에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께는 요한 사도를 부탁하였습니다. 요한 사도는 예수님께 사랑을 받은 만큼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였습니다.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예수님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 하느님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말씀이셨고, 말씀은 하느님이셨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라, 태초부터 계셨던 분, 말씀이셨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자칫 예수님에 대한 기록으로 머물 뻔했던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요한복음은 우리에게 영적인 세계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들을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4, 8장에서 우리는 지혜로운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0장과 15장에서 우리는 교회를 사랑하는 목자이신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우리를 영적인 세계로 인도해주는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사도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요한사도가 있어서 십자가 위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한사도가 있어서 행복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 또한 요한사도처럼 주님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드려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하겠습니다. 우리들 때문에 주님께서 행복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하겠습니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