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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56: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26 조회수3,964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56)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영성체 준비 기도를 마친 사제는 깊은 절을 한 다음, 성체를 성반이나 성작 위에 조금 높이 받쳐 들고, 교우들을 향하여 말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부른 이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요한은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하고 말했습니다(요한 1,29). 그 이튿날에도 요한은 다시 그곳에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자기 제자 두 사람에게 똑같이 말했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

 

요한이 이렇게 말한 것은 예수님을 이사야 예언서에 나오는 고난받는 주님의 종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사야는 하느님께서 언젠가 이스라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해 줄 당신 종을 보내실 텐데,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이사 53,7) 보일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이 예언의 이미지는 파스카 축제 때 도살되는 어린양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그러나 이사야 예언자는 어린양이 아니라 실제로 한 인물이 어린양처럼 제물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주님의 종이 백성의 죄악을 짊어지고 자신을 속죄 제물로 내놓으면 그 덕분에 많은 이들이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이사 53,10-11 참조).

 

이사야 예언서에 기록된 이 대목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습니다. 예언이 가리키는 주님의 종이 누구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지만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이는 오직 한 사람, 예수님뿐입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선포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저 파스카 희생 제물이 되기만 하신 게 아니라,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어놓음으로써 많은 이를 의롭게 하는 주님의 종에 대한 오랜 예언을 성취하셨습니다.

 

따라서 사제가 성체를 받쳐 들고 말하는 이 전례문은 과거의 예언이 성취되었다는 기쁨의 선언입니다. 동시에 미래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에 대한 기대도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사람은 예수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신랑 신부의 합일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신랑이신 예수님의 신부가 되는 것입니다. 전례문의 후반부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는 바로 이 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묵시록에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19,5-10)에 관한 대목이 나오는데, 예수님과 교회의 일치를 비유적으로 말하는 대목입니다. 거기서 천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양의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묵시 19,9),

 

그러므로 주님의 만찬인 미사에 초대된 이들, 미사에 참석하여 이제 곧 성체를 받아 모시게 될 이들은 마치 혼인 잔치에 온 것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혼인 잔치가 아니라 어린양의 혼인 잔치입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잔치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통하여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자리입니다. 어찌 복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021년 7월 25일 연중 제17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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