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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3 토/ 선(善)을 부르고 하느님을 반사하는 삶/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2 조회수1,129 추천수4 반대(0) 신고

   

공현 전 토요일 요한 1,29-34(15.1.3)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요한 1,29)
 

  

John the Baptist's Testimony to Jesus 


 

선(善)을 부르고 하느님을 반사하는 삶

 

매서운 찬바람을 뚫고 저 낮은 곳에서 요한의 외침이 따뜻한 난로처럼 울려오는 듯하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1,29)이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한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죄와 그 죄로 인하여 일어나는 모든 결과를 없애려 오셨다. 우리는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그리스도를 통해 죄에서 해방되었고, 죄 없는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죄를 범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영혼의 어둠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덕분에'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드려야 한다.


구세주요 선(善)이신 예수님의 탄생은 악을 없애기 위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죄의 뿌리를 완전하게 없애고 갈라진 틈을 온전히 회복하여 창조의 상태가 되도록 하는 재창조의 계기이다. 우리 삶의 속살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존재와 어떻게 만나며 어떻게 있느냐'에 달려 있다. 사실 인간은 자신의 한계성을 벗어나려고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속살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그 새로움과 본질로 돌아가려면 애착과 욕망을 내려놓고 순수본질에서 멀어진 자신에게서 어둠과 속박과 죄를 거두어주시는 예수님을 온 인격으로 만나야만 한다. 물질을 접하면서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면 우리는 고귀한 인간존재로서의 품위를 잃어버리고 천박한 물질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하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사랑이신 그분의 눈으로 보면 우리 자신이 그런 존재로 변형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요한은 예수님을 보며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불렀다. 이 호칭에는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희생될 신약의 ‘해방절 양’의 상징(19,36; 탈출 12,11), 메시아로서 당할 수난을 뜻하는 '야훼의 고통받는 종'(이사 52,13-53,12) 표상도 내포되어 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란 호칭은 십자가상 죽음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신 거룩한 십자가상 사건의 의미를 상기시켜준다. 그렇게 한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 기워 갚는 대속적(代贖的)인 죽음을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예수님의 오심은 그저 인간의 차원을 뛰어넘은 신비스런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 예수님의 오심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희생의 절정을 보여준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하느님의 사랑행위의 결과 아닌 것이 없고, 다른 이들의 희생과 도움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내 삶의 존재이유와 목적은 나의 성공이나 이득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죽음을 거슬러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조건 없는 내어줌’과 십자가의 희생이다. 우리도 오직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내어주는 공유와 나눔, 생명을 키워가기 위한 희생을 거룩한 습관으로 삼고 살아가자!


요한은 오시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1,31). 그러나 그는 계시를 통해 구세주 그리스도의 오심의 그 깊은 뜻을 미리 알려주었고, 성령으로 가득 찬 분(3,34)으로 알아보았다(1,34). 그는 구세주 예수님이 이스라엘에 알려지도록 예수님께 물로 세례를 주었으며(1,31),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증언하였다(1,34).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행위를 통한 증거 소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증거는 내가 지닌 무엇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증거의 삶이란 영이신 하느님의 선과 사랑을 내 안에 모셔들여 내 안에 오신 그분을 반사하는 거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도 요한처럼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오늘의 어린양이 되고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반사히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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