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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의 맛, 삶의 향기 -삶의 렉시오 디비나-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4 조회수1,29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명준님의 사진.



2015.1.4. 주일(뉴튼수도원 55일째)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삶의 맛, 삶의 향기

-삶의 렉시오 디비나-



좋은 술 일수록 맛과 향기가 좋습니다. 

술만 그런게 아니라 삶도, 글도, 말도 좋을수록 맛과 향기가 좋습니다. 


성인들의 삶이 바로 그러합니다. 

성인들의 삶을 렉시오 디비나 해보면 

다 고유의 맛좋고 향기로운 삶, 관상적 삶이 었음을 담박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의 삶도 맛있고 향기로워 보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맛과 향기를 닮았습니다. 


과연 하느님이 보실 때 내 삶의 맛과 향기는 어떨런지요. 몇

 가지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1일 대축일 저녁식사후 마신 술 맛이 좋고 향기로웠지만 

저는 미쳐 몰랐고 옆자리의 마티아 수사님 말을 듣고 알았습니다.


"술은 이렇게 코로 향기를 맡으면서 서서히 음미하며 마시는 것입니다. 

단 번에 훌쩍 마시면 안 됩니다.“


수사님은 서서히 향기를 맡고 맛을 음미하며 얼마 동안 시범을 보여줬고, 

이어 저의 즉각적인 언급입니다.

"아, 바로 그것이 렉시오 디비나의 원리입니다. 

성경은 최고의 술과 같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서서히 맛보고 향기를 맡으면서 읽어야 합니다.“


너무나 확실히 깨달아 각인된 렉시오 디비나의 원리입니다. 

술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삶에 두루 적용되어야 할 렉시오 디비나의 원리요, 

이래야 비로소 관상적 삶, 영적 삶의 성취입니다. 


'삶의 렉시오 디비나'가 참으로 심오합니다. 


어제 수도원 묘지를 방문했을 때 한 눈에 들어 온 묘비 마다의 생몰연대 였습니다. 

90세 이상 사신 분이 거의없고 그 생몰 연대가 다 달랐습니다. 


한 평생 삶이 어떠했을까 잠시 상상으로 렉시오 디비나 했습니다.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깨닫습니다. 


그 어떤 성인도 다 죽는 다는 사실이 새삼 위로가 됩니다. 

예외 없이 탄생 날짜가 있으면 임종 날자가 있습니다. 

평생 살 것처럼 죽음을 잊고 지내지만 실상 얼마 남지 않은 삶임을 깨닫습니다.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으로 압축하면 내 인생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요. 

죽음 있어 삶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알게 됩니다. 


죽음을 통해 분명해 지는 삶의 감격과 고마움, 기쁨입니다. 

저절로 '하느님의 눈'으로, 

내 '삶의 문장'에 주어를 하느님으로 하여 내 삶을 렉시오 디비나 하게 됩니다. 


여기 수도원 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늘 그 삶을 되새기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1950년, 그가 수도원 입회 전 6.25 사변시 흥남 철수 작전 때, 

선장으로 있던 그의 배로 14000명의 피난민을 구조한 마리너스 수사님(1914-2001)입니다. 


수사님의 묘비앞에 휘날리는 2개의 미국 성조기가 수사님의 영웅적 행위를 기리고 있습니다. 

여기 뉴튼수도원에 와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마리너스 수사님을 새롭게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정부가 훈장을 주기 위해 그의 속명을 찾아 여기에 왔을 때야 

비로소 그가 전쟁의 영웅인 것을 수도원 사람들이 알았어요. 

그가 너무 말이 없었기에 우리는 신문을 통해 그의 활약상을 알 수 있었죠.“


인터뷰 기사 중 죠엘 아빠스님의 답변입니다. 

수사님은 옛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47년 수도여정 중 평생 이곳을 떠나지 않았으며, 

휴가 때 역시 수도원에 머무르며 

언제나 기도하고 자기의 소임을 다했다 합니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권72-83쪽 참조). 


얼마나 매력적인 숨겨진 겸손한 삶인지요! 

한권의 '살아있는 성경' 처럼 깊고 아름다운 삶이기에 

묘지를 방문할 때 마다 수사님의 삶을 렉시오 디비나 하게 됩니다. 

이제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의 최고의 조연(물론 주인공은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이심)인 

동방박사들에 대한 

본격적 렉시오 디비나로 네 측면에 걸친 묵상 나눔입니다.


첫째, 동방박사들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샘솟았던 하느님을, 진리를 찾는 불굴의 열정입니다. 


구도자의 우선적 기본조건이, 영성생활의 시발점이자 원동력이 바로 열정입니다. 

주님은, 삶의 이정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객관적 실재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진리를 찾는 백절불굴의 열정이, 갈망이 있을 때 

눈이 열려 발견되는 선물이 주님이요 삶의 이정표입니다. 


열정이 없어 눈이 열리지 않으면 눈 먼 맹인일뿐입니다. 

동방박사들은 과연 하느님만을 찾는 열정의 구도자들로 

우리 수도승들은 물론 믿는 모든 이들의 귀감입니다.


둘째, 삶의 이정표입니다. 


진리를 찾는 열정에 눈이 열린 동방박사들에 은혜로이 계시 된 주님의 별, 삶의 이정표였습니다. 

그대로 이사야 예언의 실현입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 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이사야를 통한 주님의 말씀이 암흑의 동토(凍土)에 살고 있는 우리를 고무하고 격려하며, 

우리의 내면을 환히 밝혀줍니다. 

로 동방박사들처럼 눈이 열릴 때 계시되는 주님의 영광이요 주님의 별, 이정표임을 깨닫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그 멀리 떨어져 있던, 

진리를 찾는 열망에 깨어 눈이 열렸던 동방의 현자들에게만 계시된 

영광의 별, 주님의 별이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바오로의 고백처럼 계시를 통해 신비를 깨달아 안 이방의 동방박사들입니다. 

지척에 있었지만 영적으로 잠들어 있던 그 박학의 종교인들, 신학자들 아무도 발견치 못한 

주님의 별, 삶의 이정표였습니다.


셋째로 도반들입니다. 


혼자가 아닌 셋의 도반들이 함께 했기에 성공적인 순례여정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진리의 도반, 사랑의 도반입니다. 

혼자라면 십중팔구 도중 하차 했을 것입니다. 


주님의 별, 진리의 별, 희망의 별, 삶의 이정표 따라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동방박사들의 최종 봉헌 모습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그들은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탄생한 아기 예수님과 구도자 동방박사들간의 아름답고 감격적인 만남입니다.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습니다. 


우리 역시 동방박사들과 함께 믿음과 희망, 사랑의 세 보물 모두를 주님께 봉헌하며 

이 거룩한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시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정 최고의 도반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영안으로 볼 수 있는 주님이십니다. 

마지막 복음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마태2,12).


동방박사들의 성공적 순례 여정을 가능케 했던 수훈 갑의 최고의 도반은 바로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주님보다 더 가깝고 더 좋은 도반은 세상에 없습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은 동방박사들과 함께 하셨고, 

또 제 산티야고 순례는 물론 지금 뉴튼수도원의 내적 순례여정에도 함께 하고 계십니다. 


주님을 찾는 순례여정에 항구할 때

내 삶 역시 '맛있고 향기로운 관상적 삶'에  '살아있는 성경'이 됩니다. 


매일의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내 고유의 아름다운 '삶의 성경'을 쓰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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