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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방 박사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4 조회수815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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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박사


<주님 공현 대축일>(2015. 1. 4.)
(마태 2,1-12)

마태오복음에는 아기 예수님을 찾아간 동방 박사들의 이야기만 있고,

목자들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루카복음에는 목자들의 이야기만 있고, 동방 박사들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두 이야기의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차이점이 많은데,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는 상황 자체는 많이 비슷합니다.

 

 

목자들은 주님의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을 듣고 예수님을 보러 갔습니다(루카 2,15).

동방 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받아서 예수님께 경배하러 갔습니다(마태 2,2).

동방 박사들이 본 '별'은 목자들이 본 '주님의 천사'와 같은 천사였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의 별이 실제로 동방 박사들을 인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천사가 별처럼 나타난 것인지, 천사를 별이라고 표현한 것인지...?)

 

 

목자들이 본 아기 예수님은 구유에 누워 계셨습니다(루카 2,16).

동방 박사들이 본 아기 예수님은 어떤 '집'에 계셨습니다(마태 2,11).

예수님이 어떤 '집'에 있는 외양간의 구유에 누워 계셨던 것인지,

아니면 마리아와 요셉이 외양간에서 예수님을 낳은 뒤에

방을 구해서 옮겨 간 것인지, 확실한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목자들은 동방 박사들처럼 귀한 예물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천사에게서 들은 말을 마리아와 요셉에게 전해 주었습니다(루카 2,17).

이것은 예물을 드린 것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목자들이 전해 준 말은

마리아와 요셉에게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증언과 같기 때문입니다.

동방 박사들은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습니다(마태 2,11).

마리아와 요셉에게는

예물 자체보다 동방 박사들이 그 예물들을 드린 이유가 더 중요했을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께 경배하러 온 사람들이었고(마태 2,2),

그래서 그분이 "메시아이시며 왕이신 분"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그분께 예물로 드렸습니다.

 

 

루카복음서 저자는 목자들의 이야기 다음에

성전에서 예수님을 봉헌한 이야기와 시메온과 한나의 예언을 기록했습니다.

마태오복음서 저자는 동방 박사들의 이야기 다음에

헤로데가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학살한 이야기와

성가정이 이집트로 피신한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루카복음서 저자는 시메온이 마리아에게

"이 아기는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될 것이고, 당신의 영혼은 칼에 꿰찔리게 될 것이다."

라고 예언했다고 기록했습니다(루카 2,35).

마태오복음서 저자는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는 예레미야의 예언을 인용했습니다(마태 2,18).

 

 

루카복음서 저자가 기록한 시메온의 예언도 어머니의 고통을 말하고 있고,

마태오복음서 저자가 인용한 예레미야의 예언도 어머니의 고통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예수님의 수난 때문에 겪게 될 어머니의 고통을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예수님의 수난을 예언한 것입니다.

 

 

지금 동방 박사들과 목자들이 같은 인물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직후에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라는 점 때문에

두 이야기를 비교해 본 것입니다.

 

 

아마도 목자들이 먼저 방문하고, 동방 박사들은 나중에 방문했을 것입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님을 낳을 때에는 무척 외롭고 힘들었겠지만,

목자들과 동방 박사들의 방문 덕분에 큰 힘과 용기를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가난하고 외로운 처지에 있었던 목자들은

예수님 덕분에 큰 기쁨과 용기를 얻었고,

구원의 진리를 찾아서 방황하던 동방 박사들은

예수님 덕분에 확신과 기쁨에 가득 차서 남은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목자들의 이야기나 동방 박사들의 이야기는

겉으로만 보면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간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만나 주신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대축일의 명칭이 "동방 박사들의 방문 대축일"이 아니라,

"주님 공현 대축일"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신 일을 경축하는 대축일이라는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 덕분에 예루살렘의 헤로데 임금과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메시아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동방 박사들과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헤로데 임금은 그렇다 치고, 사제들과 학자들은 왜 그랬을까?

같이 가서 확인해 볼 생각도 안 한 것일까?

 

 

만일에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이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태어나셨다고 해도

같은 상황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수님을 만나기를 갈망하고, 만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만나게 되지만,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오지 말라고 그들을 막으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 않아서 못 만나는 것입니다.

 

 

박사들의 고향인 '동방'이 페르시아인지, 어디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곳이 이스라엘에서 먼 곳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박사들의 '동방에서 베들레헴까지의 여행'은

'좁은 문'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연상시킵니다(마태 7,13-14).

그들은 참 생명을 얻으려고

좁은 문을 향해서 아주 멀고 험한 길을 걸어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을 얻은 사람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원, 영원한 생명, 참 신앙의 진리를 찾아서 얻으려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은,

또 아무리 멀고 힘든 길이라고 해도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한 사람의 동방 박사가 됩니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마태 7,7)."


- 송영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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