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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 묵상] 임금이냐 별이냐(주님 공현)
작성자오승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6 조회수635 추천수1 반대(0) 신고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마태오 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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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냐 별이냐

 

주님 공현의 과정에는 경배와 음모가 모두 배경이 됩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오로지 경배를 위해, 헤로데는 다른 꿍꿍이를 위해 '아기'를 찾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부류의 '아기 탐색'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박사들이 동방에서 발견한 별 하나만 바라보고 머나먼 길을 떠난 것과 달리, 헤로데는 참 간편하게 아기를 찾으려 합니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아기는 아직 유다인들의 임금이 아닙니다. 다만 가능성이 있을 뿐인데, 온 예루살렘(2,3)과 먼 동방에서도 이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능성을 직접 찾아나선 동방의 박사들은 결국 아기를 찾아내어 목적대로 경배를 드렸고, 가능성을 남의 손에 맡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헤로데는 결국 아기를 찾지 못한 채 무고한 아기들만 잔뜩 살해하고 맙니다. 내가 어떤 희망을 찾아나설 때, 그 희망은 나의 발품과 수고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남에게 해를 끼치게 됩니다.

 

여기 더 위로가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별을 잠시 잃은 동방의 박사들은 임금을 믿고 의존합니다. 임금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사악한 음모로 동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항상 별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별을 보고 따라가는 때가 드물 것입니다. 삶의 대부분은 확실하지 않고 욕정으로 가득한 '임금'의 말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말씀은 분명히 이것이 의도적인 죄가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이것은 그저 원죄와도 같은 것입니다. 별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원리라도 따라 사는 수밖에요. 그런데 말씀은 위로를 주십니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 말하자면 우리가 개떡같이 선택해도, 주님은 찰떡같이 인도하실 것입니다. 임금의 말을 따라 나선 길이지만, 주님은 별을 보내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질 희망이고, 믿음입니다.

 

+퍼시아저씨(2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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