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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이 시대 해방자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8 조회수1,069 추천수1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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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해방자들


 

종신서원과 서품을 준비하는 마지막 피정에 들어가는 형제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비장한 각오, 가슴 설렘, 고마움과 안쓰러움...


 

오랜 준비기간을 끝낸 예수님께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생활의 첫발을 내딛으시는데 당시 분위기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던가요? 얼마나 가슴 설레셨을까요? 30년 동안이나 기다려왔습니다. 드디어 아버지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마음껏 실현할 D-dat가 도래한 것입니다.


 

나자렛 회당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성경이 적힌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사야서 한 대목을 낭독하시는데, 짧은 대목 안에 당신 사명의 본질이 모두 요약되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장 18~19절)


 

결국 한 마디로 요약하니 ‘해방’이로군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바로 노예상태, 억압상태, 죄의 상태에 놓여있는 우리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해방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에게 마찬가지로 주어지는 첫 번째 사명이 분명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을 둘러보니 해방자 예수님을 따라 노예 상태에 놓여있는 이웃들의 해방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너무도 갑작스럽게 닥쳐온 정말 이해하지 못할 고통 앞에 힘겨워하는 청소년들이 참 많습니다. 어떤 아이는 순식간에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마치 섬광 같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해서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해고, 상심한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 현장을 목격한 아이의 큰 충격과 트라우마, 심한 우울증...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이던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이 순식간에 문제 청소년이 되어 깊은 구렁 속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습니다.


 

그런 아이의 기분을 바꿔주려고, 그 아이의 얼굴에 잃어버린 희미한 미소를 되찾아주기 위해 마치도 희극배우처럼, 삐에로처럼, 때로 막대사탕을 들고, 때로 농구공을 들고 ‘생쑈’를 하는 교육자들, 참으로 멋진 해방자들입니다.


 

우리를 너무도 슬프게 하고 때로 비참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악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마치도 독버섯과도 같이 끈질기고 거대한 조직, 성매매 연결고리입니다. 마치 늪과도 같은 그곳 조직에 우연찮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그곳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 그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조직에 목숨 걸고 맞서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하느님께서 크게 칭찬하실 투사들이요 해방자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극단적인 경쟁구도로 몰고 가는 살인적인 입시위주의 기형적인 교육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죽음에서 살려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하는 참스승들이 계십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해방자들이십니다.


 

단 한 번도 상장이나 칭찬이라고는 받아본 적 없는 아이들, 그래서 언제나 잔뜩 주눅이 들어있고 기가 ‘팍’ 죽어있는 아이들, 자존감이 완전 바닥인 아이들, 희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이렇게 외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넌 괜찮은 아이야!’ ‘넌 반드시 해낼 수 있을거야!’ ‘우리 같이 한번 해보자!’ ‘점점 좋아지고 있어!’라고 외치며 부단히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합니다. 참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일을 하고 계십니다. 참 해방자들이십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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