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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공현 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8 조회수752 추천수8 반대(0)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2005년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제가 혼배를 주례한 부부와 모임을 같이했던 부부였습니다. 그 부부는 제가 외국에 있는 동안 저 대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도 했고, 가끔씩 찾아가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부모님께 도움을 드렸습니다. 제가 한국에 돌아 온 뒤로는 부모님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부부를 작년 말부터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부부가 해야 할 일을 도와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동에 성소국 창고를 일부 빌려 드리게 되었고, 모임을 할 수 있는 회의실을 빌려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신년하례 모임에는 혜화동에 있는 예비신학생들이 공부하는 기숙사를 빌려 드렸습니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저도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남을 돕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지역에 보육원을 짓는 일을 돕기도 하였고, 부산에 있는 수녀원을 리모델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 집을 하나 지어서 수도자와 성직자들이 피정을 하거나, 머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도움을 주면서도 내색하지 않았고,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제복이 있어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삶의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참된 신앙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난 신앙인들은 늘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떡 방앗간을 하시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떡을 무상으로 주곤 하셨던 분이 있습니다.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서 장학금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분도 제게 한 번도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제게 이야기 해 주어서 알았습니다. 큰 싸움이 있을 뻔 했는데 본당 신부님의 얼굴이 생각나서 용서를 해 주었다는 형제님도 있습니다. 비가 엄청 오는 날, 성당에 오셔서 창문을 닫고, 하수구를 치우고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하시던 분도 있습니다. 본당 신부가 피정을 가거나 휴가를 가면 거의 매일 성당에 오셔서 청소도 하시고, 사무장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수녀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주시던 분도 있습니다. 사제나 수도자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시던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가정 방문을 하면 마치 수도원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삶의 중심에 늘 주님이 먼저였던 분입니다.

 

참된 신앙은 직책이나 제복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눈에 보이는 형제들 속에서 찾는 분입니다. 그 형제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은 바로 우리 이웃들의 모습으로 당신을 드러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습니까?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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