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친숙하게 다루는 컴퓨터는 몇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르는 즉시 힘을 사용하는 전원입니다. 전원이 없는 컴퓨터는 기능을 수행 할 수 없습니다. 주변을 보면 사물의 특성을 한 번에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관의 능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분들은 바라보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별로 필요 없습니다. 오랜 수행을 한 선승들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모니터를 보면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모니터는 컴퓨터의 감정과 비슷합니다. 모니터를 통해서 우리는 컴퓨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감정을 컴퓨터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감정과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에서도, 부는 바람에서도, 들의 꽃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분들입니다. 문학, 음악, 미술, 예술은 바로 이런 분들의 감수성에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에 아름다운 색을 칠할 수 있게 해 주는 분들입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저장합니다. 작은 컴퓨터에도 수많은 책들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자료들을 우리는 저장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장할 공간이 없는 컴퓨터는 모양은 아름답지만 멈춰진 시계와 같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기억과 전승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에게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직도 선사시대의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전승이 없다면 우리는 문화와 문명을 이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변을 보면 사람들의 말을 잘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완전히 충전된 핸드폰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입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긴장과 갈등이 팽배한 세상에서 흘러가는 강물에 미끼 없는 낚시를 던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영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온 우주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아주 간단한 연산법칙을 이용해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전원이 있어도, 모니터가 있어도, 저장장치가 있어도 연산 작용을 하지 못하는 컴퓨터는 소용이 없습니다. 인류의 찬란한 문명은 이와 같은 연산 작용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주, 지구, 작은 원자의 세계도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단순한 법칙에 의해서 설명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과 미움, 욕망과 겸손의 간단한 법칙으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요한의 서간은 온 우주를 꿰뚫을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법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법칙입니다. 사랑은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컴퓨터의 전원처럼 직관의 힘이 뛰어난 사람, 컴퓨터의 모니터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컴퓨터의 저장장치처럼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컴퓨터의 연산 장치처럼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사람입니다. 이들 모두는 서로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죄인이라고 생각했던 나병환자는 단지 우리와 다를 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병환자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법칙이요, 사랑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