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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미"와"아직"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주님 공현 후 금요일(2015년 01월 09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09 조회수1,152 추천수7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성령과 물과 피>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5,5-13

복음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2-16

 

 

주님 공현 후 금요일(2015년 01월 09일) ‘이미’와 ‘아직’

 

“주님,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나병으로 온 몸이 상한 남자가 예수님을 뵙자마자 얼굴을 땅에 대고 빌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주님은 당신이 하고자 하시면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반면에 우리 인간들은 하고자 하면 다 못하는게 우리 인간들입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이 남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허물인 나병에서 자기 스스로는 해방될 수 없었습니다.

 

이 사람의 태도에 눈을 집중해 봅니다. “얼굴을 땅에 대고 빌었다”고 합니다. 지극한 겸손의 몸가짐입니다. 자기 자신을 낮출 대로 낮추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자세가 바로 우리 자신을 땅과 하나되게 하는 것뿐입니다. 흙과 같은 존재임을 표현합니다. 우리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흠없는 하느님 앞에 감히 나설 수도 없는, 티끌보다도 못한 존재임을 깊이 각성합니다. 무엇을 해결하려고 인간적인 수단에만 매달리면 그 어떤 것도 헛수고입니다. 주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먼저 오셨습니다. 흙처럼 미천한 존재로 그분이 우리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만이 나의 구세주임을 겸손되이 고백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람은 이제 용기를 내고 진리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병 환자의 깊은 영적 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본질과 핵심을 꽤뚫어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운 눈, 곧 혜안(慧眼)이 열렸습니다. 모든 집착과 허상을 떠나 진리를 통찰하고 밝게 보는 눈을 말합니다. 인간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넘어 그 안에 숨은 진실을 봅니다. 인간으로 오신, 우리와 똑같이 흙으로 오신 하느님을 예수님 안에서 발견합니다.

 

공현의 신비는 혜안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 당신께 생명의 샘이 있고, 우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시편 36,10).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우리와 세상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취된 희망입니다. 사라지는 꿈이 아닙니다. 꿈은 현실과는 다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만이 꿈은 곧 현실입니다. 사실 우리는 ‘아직’과 ‘이미’ 사이에서 망설입니다. 우리의 꿈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하고 그냥 주저앉고 싶습니다. 큰 유혹입니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시오” 하고 말씀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오늘이 ‘아직’에서 ‘이미’로 건너가는 겸손한 시작이며 겸손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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