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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수도자들이 가장 멋져 보일 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14 조회수1,054 추천수1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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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들이 가장 멋져 보일 때

 

 

국도를 타고 가다가 길고도 긴 방파제 위로 올라갔을 때의 일입니다. 자칫 을씨년스럽고 황량할 뻔 했던 겨울 들녘이었는데, 수많은 철새 떼들이 멋들어진 군무(群舞)로 제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수확이 끝난 아무것도 없던 너른 들판과 창공이 순식간에 아름다운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더군요.

 

철새들이 저리도 멋지게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새들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기 위해 스스로를 최적화시켰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새들은 날기 위해 가장 중요한 날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감량(減量)입니다. 새들의 뼈는 포유류들의 꽉 차고 단단한 뼈와는 달리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뼈 속을 비웠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조금이라도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새들의 내장기관은 아주 단순화시켰답니다.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 인간처럼 긴 장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시로 배변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재수 없는 사람들 가끔씩 그로 인한 큰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자유자재로 창공을 날아다니기 위해 수시로 자신을 말끔히 비워내는 새들의 모습에서 멋진 수도자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또 다시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이 정들었던 임지를 뒤로 하고 물설고 낯선 곳으로 떠나갑니다. 마치도 습관처럼 아무런 미련도 없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떠나가는 뒷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답습니다. 수도자들이 가장 있어 보이고 멋져 보일때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든 봉헌생활자들의 스승이자 모델이신 예수님도 그러하셨습니다. 카파르나움에서 수많은 병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활동은 정말이지 성공적이었습니다. 믿기지 않는 치유와 구마 앞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행복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예수님과 제자들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한 가지 기대를 했겠지요. 이런 전지전능하신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 다른 고을로 떠나지 말기를. 평생토록 카파르나움의 전속사제나 최고 관리로 남아주시기를. 제자들까지 찾아와서 힘을 보탭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마르코 복음 137)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면에서 아주 단호하십니다.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길을 떠나십니다. 한 마리 산새처럼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날아가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마르코 복음 138)

 

예수님께서 늘 자신을 비워냈기에, 예수님께서 언제나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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