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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전된 배터리같은 우리는 기도를 한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15 조회수1,107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복음은 공생활 중

          님의 하루가 어떠하셨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매일 하셨다면 정말로 초인적인 일정입니다.

          아니,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그리고 밤늦게까지 병자들에게 시달릴 뿐 아니라

          한 곳에 안정적으로 머물지 않고

          매일 떠돌이생활을 하시니 말입니다.

           

          지난 번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오셨을 때 그 일정을 보고

          그분의 연세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것은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그분의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신앙적으로 생각하면

          이것은 순전히 인간적인 생각인 것입니다.

           

          요즘도 작곡을 하느냐고 묻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작곡을 안 한지가 꽤 됐다고 하며

          이제는 그런 힘이 없다고 덧붙입니다.

          옛날,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작곡을 해야 하면 이일저일 하다가도

          하루 날 잡아 몇 시간 끼적거리면 곡이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쉽게 나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작곡을 하고픈 열망도 없고,

          창작의 열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열정이란 것이 이런 것입니다.

           

          이제 욕망의 힘은 현저히 약화되었고,

          열망이 불러일으키는 열정도 사그라져

          이런 힘에 의지하여 무엇을 하려하면

          조금 하다 이내 나가떨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옛날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더 좋습니다.

          젊은 혈기, 기운, 열망, 열정으로 무엇을 하지 않고,

          하느님의 힘에 의지해야만 무엇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의 그 살인적이고 초인적인 일정도

          주님께서 30세 혈기가 넘치는 청년이기 때문에

          그러 하실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오해를 하지 않도록 그래서 복음은

          주님께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셨음을 얘기해줍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우리는 기도를 한다고 하고

          그래서 무엇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도는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힘을 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에 대입하여 말하면

          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를 받는 것이지요.

           

          제가 신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아침기도는 잘 하는 편인데

          저녁기도는 피곤하여 빼먹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지요.

           

          하루 종일 많은 일로 피곤한데

          기도가 피곤에 피곤을 더하는 것이라면

          그 피곤함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때는 무엇을 하는 기도를 하지 말고

          주님 안에서 가만히 있는 기도

          또는 편히 쉬는 기도를 하면 됩니다.

          겟세마니의 주님처럼 피땀 흘리며 기도해야 할 때도 있지만

          모든 기도를 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기도의 엄숙주의이고

          이 엄숙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기도의 맛을 잃게 할 것입니다.

          엄숙주의는 우리를 경직되게 하고,

          기도를 의무로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의무로 기도하지 않고 사랑으로 기도하고,

          하느님께 무엇을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기도를 해야

          주님처럼 하느님으로부터 다시 힘을 입어

          하루를 살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거의 다 방전된 배터리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를 충전기에 놓고

          나는 편안히 충전중입니다.

           

          기도는 방전된 배터리가 힘을 충전하는 거라고

          우리는 오늘 편히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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