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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푸가 문디(Fuga mundi)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2015년 01월 17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17 조회수831 추천수11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4,12-16

복음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17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2015년 01월 17일) 푸가 문디(Fuga mundi)

 

바람이 많이 부는 찬 새벽입니다. 창문 밖 나무가지에 멧비둘기 한 마리가 홀로 앉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가지는 이리저리 흔들리는데도 고요히 앉아 있습니다. 늘 함께 오던 다른 아이들은 없습니다. 이 한 마리 덕분에 나무가 굳건히 서 있는 듯 보입니다. 오늘따라 한 마리의 존재감이 더 크게 와 닿습니다.

 

오늘 교회는 이집트의 성 안토니오(250-356) 아빠스를 기념합니다. 안토니오 성인은 홀로 이집트 사막에서 수도생활을 하셨던 분이십니다. ‘수도승의 아버지’라 일컬어집니다. 한 사람의 존재가 이처럼 교회 전체에 큰 영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입니다. 이분한테는 그리스도 한 분만이 있었습니다. 모든 삶의 방향이 그리스도께만 전적으로 향했습니다. 그래서 사막으로 나갔습니다. 이를 라틴어로 ‘fuga mundi’(세상으로부터의 도피)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떠남은 부정적 의미가 아닙니다. 오리게네스는 “주님을 따르려면 세상을 떠나야 한다. 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말한다. 길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전진하면서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본질적인 세상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앞에서는 세상 모든 것이 상대화됩니다. 성 안토니오가 듣는 것과의 싸움, 말하는 것과의 싸움, 보는 것과의 싸움을 하면서, 점차 그리스도를 듣고 그리스도를 말하고 그리스도를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레위를 비롯한 세리와 죄인들 역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들에게 그리스도만이 전부였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건강한 이가 아니라 병든 이들인 자신들을 위해 오신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주님 앞에는 무의미한 것이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지금 주님 안에 있음을 깊이 자각하면 나의 어둠은 힘을 잃습니다. 나의 어둠은 이 세상의 사고방식을 만드는 욕심이며 집착이며 탐욕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주님은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우리 가운데 오셨고 지금 함께 계십니다. 주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 주님을 만나는 사막은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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