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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염불을 할 때입니다 /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성모성당 신부님
작성자김세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22 조회수1,39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더러운 영들은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이르셨다.



그때에 7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8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9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10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11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1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 마르코 3,7-12






염불을 할 때입니다



 

저는 감곡매괴성모성당에서 4년 5개월의 소임을 마치고 새 임지로 가게 됩니다. 교구 모태성당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은 큰 은총이었고 감사와 기쁨을 안고 갑니다. 많은 부족함에도 이렇게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함을 다듬어 주시는 주님의 안배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임지에서 오래있지 못한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업무를 파악하고 무엇인가 멋있게 하려고 하는데 “떠나라”는 명령은 미련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복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 속을 다 보여주면 실망할 사람이 많을 터인데 부족한 허물들을 숨겨둔 채 훌쩍 떠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안주할 틈도 없이 떠나는 것도 분명 은총이었습니다. 이제 주님께서 원하시는 자리에서 은총을 구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시쳇말로 인기가 대단하셨습니다. 소문은 발 없이 천리를 간다고 예수님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져서 수많은 사람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밀어닥치는 군중을 피하시려고’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습니다. 왜냐하면 “인기란 결코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되는 물건입니다. 거기에 편승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이현주). 인기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해서 거룻배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거룻배를 준비하는 몫은 제자들에게 맡김으로써 그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인기가 좋을 때 한발 물러서지 않으면 인기에 빠져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의 뜻보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게 되며 자기의 본래의 모습은 어디 가고 껍데기만 화려하게 됩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거룻배를 준비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뜻 안에 머무는 방법이었습니다. 분명 사람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에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군중과 일정한 거리를 두셨습니다. 악령들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고서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 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지만 사람들은 자기 욕심 때문에 예수님의 정체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으니 예수님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신원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치유만을 바라며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르3,12).하는 신앙고백이 사람들의 입에서 나와야 할 터인데 악령에게서 먼저 나왔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습니다(마르3,12). 사람들이 눈을 떠 당신을 제대로 알아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주님은 능력의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면 그분이 보이지 않고 은총의 열매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욕심을 버림으로써 은총덩어리 보다도 언제나 은총을 베풀어주실 주님을 제대로 만나야 하겠습니다. 사실 지금은 잿밥에서 눈을 돌려 염불을 할 때입니다. 인기가 치솟을수록 한발 물러서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워야 하겠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열매까지 맛보려 한다면 분명 욕심입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반영억
신부님


-계시던 곳-
감곡 겸 음성지구장
겸 청원군노인복지관 관장


-가시는 곳-
청주성모병원 행정부원장
겸 청주상당노인복지관 관장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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