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8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Hear this! A sower went out to sow.
And as he sowed, some seed fell on the path,
and the birds came and ate it up…
Some seed fell on rich soil and produced fruit.
It came up and grew and yielded thirty, sixty, and a hundredfold.”
He added, “Whoever has ears to hear ought to hear.
(Mk.4,3-9)
제1독서 히브 10,11-18
복음 마르 4,1-20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의 강병화 교수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지요. 산삼도 원래는 잡초였을 것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들풀이나 유용한 작물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잡초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문득 예전에 갑곶성지에 있을 때가 생각나더군요. 당시에 저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이 바깥일을 혼자 도맡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삽질도 제대로 못하는 제가 바깥일을 해야 하니 얼마나 실수가 많았겠습니까? 그 중 하나가 잡초 사건입니다.
어느 날 성지의 화단을 보니 너무나 지저분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지 미사 후에 쪼그려 앉아서 화단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뽑고 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세요.
“신부님, 지금 뽑으시는 것 잡초가 아니라 야생화에요. 아이고, 이 귀한 할미꽃도 그냥 뽑아버리셨네.”
아무것도 모르니 예쁘고 귀한 야생화도 과감하게 뽑아 버린 것이었지요. 뿌리를 잘못 내려서 뽑아 버려야 할 잡초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기도 또 산삼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큰 공감이 갑니다. 필요 없는 잡초가 아닌 귀한 꽃이 되기 위해서는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오늘 복음말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이지요. 이 씨가 길에, 돌밭에, 가시덤불 속에, 마지막으로 좋은 땅에 떨어집니다. 어떤 것만 열매를 맺습니까? 당연히 좋은 땅에 떨어진 씨만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제자리를 찾은 씨만이 좋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설명하시면서 말씀을 뿌리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늘나라의 기쁜 말씀이 어떤 사람에게 들어가야 좋고 많은 열매를 맺는가를 말씀하시지요.
좋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제자리는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과연 나의 마음은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을까요? 더군다나 주님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무식하고 과감하게 그냥 확 뽑아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주님의 기쁜 소식이 너무나 귀한 씨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귀한 씨가 좋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제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기도, 봉사, 희생 등을 통해서 비옥한 옥토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 주님 말씀이 내 마음에서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막스 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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