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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31 토/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내 인생에 풍랑이 일때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30 조회수894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 토 마르 4,35-40(15.1.31)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The Calming of a Storm at Sea

 

 

                    

 

 내 인생에 풍랑이 일때  

 

우리네 인생길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세상살이가 때로는 일이 꼬이거나 몸이 아파서 힘겹고 때로는 마음이 아파서 고통스러우며, 어느 때는 다른 사람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잠 못 이루기도 한다. 이렇듯 갖가지 풍랑 속에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풍랑을 가라앉히신 이적사화를 통하여 어떻게 풍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신다.


예수님께서 ‘먼저’ 제자들에게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하고 말씀하신다(4,35).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 분부를 따라 순순히 배에 타고 계신 그분을 그대로 모시고 갔다(4,36). 그때에 거센 돌풍이 일어 물이 거의 배 안에 가득 차게 되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4,38). 사실 예수님께서 먼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자고 하셨으니 이런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지셔야 한다. 그렇다면 주무시고 계시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배 고물에서 주무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곧 그분의 주권과 신적인 평온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같은 배를 타심으로써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신 것이며,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무시고 계시는 것은 인간이 겪는 엄청난 고통과 위기마저도 그분의 주권 아래 있음을 보여주신 것이다. 결국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돌풍이 일어날 수도 있는 호수를 건너자고 하신 것은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 있음이 곧 위험을 이겨내는 길임을 가르쳐주시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향하여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4,38) 하고 따진다. 이미 생명의 주인이신 분이 자신들과 함께 있는데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염려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제자들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어 풍랑을 가라앉히셨다(4,39). 꾸짖음은 악한 세력들에 대한 하느님의 책망을 가리키며, 잠잠하라는 것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금지를 명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 직접 풍랑을 가라앉히심으로써 곤궁에서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하신 다음에야 비로소 제자들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어 ‘겁 많음’과 ‘믿음 없음’을 나무라셨다(4,40). 제자들의 잘못은 과연 무엇일까? 단지 믿음이 부족한 것만이 문제일까? 그들의 믿음 부족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을 생각하며 위험한 상황을 예수님과 함께 나누려 하지 않았으며, 예수님께서 함께 계심이 바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결정적 열쇠임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예수님께서 체포되시자 그들이 도주하였을 때도 되풀이되었다.


우리는 어떤까? 누군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나 자신과 가족, 신앙공동체가 고난을 겪을 때 그것을 주님과 나누고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받아들이는가? 오히려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붙들고 소유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서로에 대해서도 외면하지는 않더라도 그저 인사치레로 말 몇마디 건네며 피상적인 관심을 보이는데 그치지는 않는가? 아니 좀더 고상하게 '기도해줄께!'라고 말하고선 무책임하게 말로만 그쳐버리는 '기도 공수표'를 남발하지는 않는지.


또 하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예수님께서 풍랑을 가라앉히셔서 제자들이 평온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풍랑을 가라앉혀 주실 능력을 지니신 분이 '함께 계시다'는 알아차림과 수용이 평온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풍랑이 일어나는 자리는 밖이 아니라 내 마음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권고한다. "이 세속의 걱정과 일상의 근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인준받지 않은 수도규칙 8,2) 걱정 근심에 사로잡힌 가난하지 못한 마음이야말로 풍랑의 뿌리요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은가. 인생의 풍랑 앞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하느님을 모시고 함께 하려는 가난한 마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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