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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1-31 조회수760 추천수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1월 30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What is the kingdom of God like?
To what shall we compare it?
It is like a mustard seed which, when sown,
is the smallest of all the seeds scattered upon the soil.
But once sown, it grows up and becomes
the largest of the plants in the garden
and even grows branches so big
that the birds of the air can take shelter in its shade.
(Mk.30-32)
 
제1독서 히브 10,32-39
복음 마르 4,26-34
 

약속이 있어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피곤했나 봅니다. 버스의 빈 좌석에 앉자마자 저도 모르게 잠 든 것입니다. 한참을 잤을까요? 버스의 덜컹거림에 깜짝 놀라서 잠을 깼습니다. 그리고 얼른 주위를 두리번거렸지요.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내릴 정류장을 혹시나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낯선 곳이고 잠을 자고 있어서 버스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버스 안의 방송에서 제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 이름을 말했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제대로 내려서 약속장소에 제 시간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내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버스를 탔던 곳부터 목적지인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단지 처음과 끝에 깨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바를 아주 편하게 얻은 것이지요.

사실 우리들의 삶을 잘 보면 거저 얻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도 사람들의 칭찬과 사랑을 받기도 하고,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을 때도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한 것인 양 큰 착각에 빠질 때가 참 많습니다.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많은 나의 사람들, 그리고 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필요한 것들을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했음에 큰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정작 내가 한 것은 어쩌면 앞서 버스를 탔을 때의 모습과 똑같지 않을까요? 그저 버스를 제 때에 타고, 운 좋게 제 때에 내린 것뿐이 아닐까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 역시 우리 곁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하느님 나라의 크기가 어떻습니까? 자라고 있는 것을 느끼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 말씀처럼 사람은 씨가 어떻게 싹이 터서 자라는지를 알지 못하지만, 조용히 자라는 씨앗처럼 하느님 나라도 점점 자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려는 주님의 사랑에 굳은 믿음으로 함께 하면 그만입니다. 이런 믿음을 통해서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커다란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작아서 제대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겨자씨가 처음에는 얼마나 크게 자라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불평불만의 삶을 사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내가 얻지 못한 것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가 얻은 것들을 바라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얻은 것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내 삶 안에서 크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지혜로운 사람은 우둔한 사람이 가장 나중에 하는 일을 즉시 해치운다(발샤르 그라시안).


이번에 새로 부제품을 받은 부제들이 저를 찾아와서 함께 찍었습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새벽 묵상 글을 쓰면서 버스 체험을 이야기했지만, 한 가지 기억나는 일이 생각나네요.

한 번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탔습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노선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확인해보니 버스를 잘못 탄 것입니다. 급하게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탔습니다. 워낙 중요한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으면 절대로 안 되는 상황이었지요. 택시 기사님께 꼭 약속시간에 맞춰야 한다면서 서둘러 줄 것을 독촉했습니다.

약속 장소까지 가면서 얼마나 제 자신을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느긋하게 가겠다고 버스를 타면서 엉뚱한 버스를 탄 부주의한 제 자신을, 돈 아끼겠다고 승용차가 아니라 버스를 탔던 것이 오히려 택시비까지 내게 되었다면서 왜 이렇게 칠칠치 못해서 여러 모로 손해를 보냐고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 제대로만 가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바쁜 제 마음을 아셨는지 택시 기사님은 지름길을 찾아가면서 결국 약속장소에 10분이나 일찍 도착하게 해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착 한 후에 그분께 대한 기억이 새하얗게 사라졌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하고, 중요한 만남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결정적인 분이셨는데, 그 고마워하는 마음은 택시에서 내릴 때뿐이라는 것이지요.

늘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삶이 아닌 불평과 원망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늘 감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떨어지는 낙조의 아름다움을 보면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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