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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주님만으로 충분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01 조회수694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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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만으로 충분한


 

바오로 사도 서간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서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코린토 서간입니다. 서간을 읽다보면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교회 신자들을 향한, 그리고 이 시대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을 향한 절절한 애정, 무한한 인내, 아버지로서의 사목적 사랑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집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누가 그릇된 길로 가고 있는 자녀를 두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길이 잘못된 길이지 아닌지 구분도 못하고 끝도 없이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어떻게 처신하겠습니까?


 

달래도 보고 얼러도 보고, 호되게 야단도 치는가 하면 너무 화가 나서 입에 담지 못할 악담도 합니다. 오로지 타락의 끝으로 향하는 아들을 위해서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사목서한인 코린토서가 바로 그랬습니다. 코린토는 어떤 도시였습니까? 기원전 1000년전 쯤에 시작된 코린토는 지정학적인 특성상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다사다난한 역사와 함께 폐허와 재건이 반복되는 등 급격한 부침을 거듭한 도시였습니다.


 

지리적 요충지였던 코린토였기에 다인종, 다종교가 혼합된 개방적 도시로서 도덕적 윤리적 타락도 심각했습니다. 우상을 숭배하는 이교도들이 판을 치고 있었고 음란과 환락이 만연하던 거대 도시가 코린토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바오로 사도가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도시의 회개와 복음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기울였던 흔적이 코린토 서간에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때로 질책과 경고를 서슴지 않고 때로 다정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도 아끼지 않습니다. 코린토 신자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극진히 사랑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여러분이 걱정 없이 살기를 바랍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이방인들에게 선포하는 과정에서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었습니다.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나 하면 밥 먹듯이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제 바오로 사도는 고통과 십자가 앞에 면역이 되어 그 어떤 환난 앞에서도 걱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련이 다가와도 오로지 주님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며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체험했던 소중한 경험을 코린토 교회 신자들과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자신의 몸과 마음이 모두 전적으로 주님께 속한 상태이기에 더 이상 세상의 일은 바오로 사도에게 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내면은 이미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더 이상 그 안에 이 세상의 고통, 세상살이로 인한 걱정꺼리들이 자리할 공간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 환난의 시대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바오로 사도가 경험했던 그 강렬하고 절실했던 하느님 체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내면이 은혜롭고 감미로운 주님 현존으로 가득 차 있어서 더 이상 그 무엇도 우리 마음을 산란케 하지 않는 그런 상태, 세상이 주는 고통이나 시련이 크다 할지라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품위 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는 그런 그리스도인이 아닐까요?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눈물로 하소연한 것처럼 “우리 각자가 바로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기에 주님만으로 충분한, 주님의 현존만으로 행복한 그런 신앙생활 아닐까요?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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