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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작성자이부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06 조회수993 추천수2 반대(0) 신고

 

 

 

 † 평화를 빕니다.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 

 
정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너무 정해진 것들이 많아 일정한 틀을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른다.

 

꼭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게 아닌데
사람들은 이 길을 가야만이 인생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한다.

 

사랑도 인생도 모든 게 틀이 있는 것은 아닌데 마치 짜 맞추기 시합이라도 벌이는 듯 하나를 향하여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 같다.

 

인생은 퍼즐과도 같은데...

 

순간순간이 소중한 퍼즐 한 조각 인데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퍼즐은 미완성이 되고 말지만 꼭 인생이 완성되어야 할 퍼즐 게임도 아니지 않는가...

 

시간과 경주를 벌이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던진다.

 

인생은 그게 아닌데...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가다가 들꽃 향기도 맡아보고 가다가 파아란 하늘에 양떼구름도 보고
서녘바람 냄새도 맡아보는 거지.

 

왜! 그리 덜 욕심을 부리고 사는가?

오전 포근 오후 쌀쌀 이레 저레 봄은 오나?

 

밤사이 눈이 살짝 뿌렸다.

 

치울 정도의 눈은 아니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눈길 위에 찍히는 첫 발자국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길을 걸으면 약간 흥분된다.

 

뒤에 오는 이가 보기 좋은 발자국을 남겨야겠지.

 

아직은 일찍 일어나 활동할 수 있는 건강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새벽에 움츠리고 이불 속을 파고들지 않은 나의 몸에 감사하다.

 

아직은 내 생각 내 마음이 건전한 것 같아 감사하다.

 

내 가족이 나름 열심히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내 주변이 못 견딜만큼 힘든이 없어 감사하다.

 

시골의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새로 튼 둥지에 나를 따뜻이 받아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

 

걸으며 감사할 일만 떠 올렸더니 발걸음이 훨 가볍다.

 

집사람이 아침부터 토화젓 담을 준비를 서두른다.

 

갈아온 새우젓에 질게 지은 찹쌀밥, 생강 마늘 청각을 갈아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알맞은 비율로 넣어야 제 맛이 난다.

 

고춧가루도 고루 잘 섞이게 양 손으로 잘 버무리며 덩이지지 않게 해야한다.

 

상당히 힘든 노동이다.

 

맛을 보니 고소롬하다. 이번 토화젓은 알 실은 새우를 소금으로 알맞게 절여 잘 숙성되어 맛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한다.

 

난 집사람 손맛 같은데.....

 

집사람 음식 솜씨가 괜찮은 편이다.

 

대충하는 것 같은데 맛있다.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집사람이 해준 음식을 모두 좋아한다.

 

음식 솜씨도 타고나나보다.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집사람 음식 솜씩 덕분인 것 같아 감사하다.

 

토화젓을 버무리는데 오전시간이 다 가버렸다.

 

점심때 회관에 가면서 토화젓을 가지고 갔다.

 

어르신들이 밥에 비벼 드셔보시더니 너무 맛있다고 모두 한 그릇 뚝딱
토화젓을 참기름 살짝 쳐 따뜻한 밥에 비비면 입맛이 난다.

 

토화젓은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노인이나 아이들에게도 좋다.

 

돼지고기 먹고 체할 땐 토화젓을 먹으면 쑥 내려가기도 한다.

 

토화젓 성분 중에 고기를 녹이는 물질이 있나보다.

 

토화젓을 병에 옮겨 담는데 오후시간이 다 가버린다.

 

일일이 병에 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난 할 일없이 구경만 하는데도 피곤한데 집사람과 처형은 얼마나 힘들까?

 

솜씨없는 나는 도울 일이 별로 없다.

 

이번에 담은 토화젓은 설 때 동네분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기로 했다.

 

여기에 와서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조그마한 감사의 표시라도 해야겠다.

 

설에 선물할 것을 제외하곤 아들과 조카에게 사라고 하였다.

 

어차피 선물한다면 엄마가 만든 토화젓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하기사 맛과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별로인데....

 

집사람이 뒷정리를 하면서 내게 제대로 치우지 않고 어지러 놓는다고 잔소리를 해댄다.

 

기분이 상한다.

 

나름 일을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정난 소릴 들으니 기분이 별로다.

 

집사람이 쓰고남은 생강을 냉동실에 넣어 달라고해서 어차피 자기가 또 할거면서 시키냐고 안하겠다고 했다.

 

뭘 하고나면 잘못했다고 궁시렁되기 때문에 아예 하지 않을려고 하면서도 이놈의 성질머리가 꼭 손을 대게 된다.

 

생각해보면 난 일을 하면서 너무 어질러 놓는 편이다.

 

깔끔히 치우질 못해 내 주변은 항상 제대로 놓여진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 현재 책상위에도 휴지 종이 펜 안경 책등이 난잡하게 놓여있다.

 

어릴적부터 정리정돈을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사람에게 맨날 털털맞다고 비난받으면 고칠만도 할건데 반발심이 생겨 그런지 더 어질러 놓는다.

 

밥도 하고 국도 끓이고 집사람 부엌일을 꽤 도와주는 편인데 뒷정리를 못하니 생색이 전혀 없다.

 

왜 그게 안될까?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어떨땐 약간 흐트러져 있는 것이 더 인간미가 있지 않을까?

 

너무 깔끔하면 매몰찰 것도 같다.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으면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함부로 대하기가 쉽지는 않다.

 

깔끔함 속엔 포근함이 덜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이들수록 주변이 깔끔해야한다는데.....

 

조금씩 치우면서 살아야겠다.

 

오늘 하루종일 피곤하게 일했는데 신경쓰게 해 미안한 생각이 들어
생강을 냉동실에 넣어 놓고 좋아하는 미역국이라도 끓이라고 냉동된 소고기를 녹였다.

 

미역국에 반주로 마신 막걸리 석 잔
피곤이 엄습 그대로 골아 떨어지다.

 

새벽 신선한 공기 아직 어두운데 홀로 밝힌 불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이 순간이 좋다.

 

님이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기를..
.

 

- 삶안에서 -

 

 

 
♬ 하느님의 그 사랑 ♬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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