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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정의는 강자의 호불호가 아니다
작성자김기욱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06 조회수504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4-29

그때에 14 예수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헤로데 임금도 소문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15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는 엘리야다.”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하였다. 16 헤로데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였다.

17 이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18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19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0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21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22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23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24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25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26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27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28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29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헤로데가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와 혼인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헤로디아가 자기 남편의 형인 헤로데와 결혼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세례자 요한은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가 감옥에 갇히고 결국 죽임을 당한다.

헤로데와 헤로디아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들이 하고 싶어 한 짓은 옳지 않은 짓이다.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는 한자어로 ‘호(好)’ ‘불호(不好)’이고, ‘옳다’ ‘옳지 않다’의 한자어는 ‘정의(正義)’ ‘불의(不義)’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신간 도서 표지에 있는 문장이 생각난다. “정의는 강자의 호불호이다.” 이 문장을 발설한 사람이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틀리다고 생각하는지는 본문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만약에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헤로데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요즘 지나칠 정도로 자주 문제화되는 ‘갑질 횡포’의 변론자이다.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관계를 연상하게 하는 햄릿의 첫 독백이 생각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구나!” 동시에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도 기억한다. 약한 여자 헤로디아의 딸은 강한 어머니 헤로디아가 갖고 싶다는 것을 자기 맹세의 덫에 걸린 더 약한 임금에게 요구했고 더욱 더 약한 경비병은 가장 약한 요한의 목을 베었으니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말해도 되는가? 아니다. 정의는 강자의 호불호가 아니다.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고 있는 헤로데가 바로 증인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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