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08 조회수734 추천수13 반대(0)

명동 성당 들머리에 구걸하는 걸인이 있습니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그분들을 봅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자와 나자로를 말씀하셨습니다. 걸인은 어쩌면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천사일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명동에는 폐지를 줍는 자매님이 있습니다. 늘 긴 치마를 입고 다니십니다. 어디에서 주무시는지, 무엇을 먹는지 모르지만 폐지를 가득 주워서 묶어 놓는 자매님은 거리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고마운 분입니다. 가끔씩 가톨릭 회관 후문 쪽에서 껌과 사탕을 파는 형제님이 있습니다. 몸이 좀 불편하신 분입니다. 불편한 몸임에도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방 안에 있는 형광등은 언제나 말없이 방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습니다. 형광등이 없으면 이른 새벽에 묵상 글을 쓰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제 방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예전에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春蠶到死絲方盡 蠟燭成灰淚始乾(춘잠도사사방진 납촉성회루시건)’이라 봄누에는 죽어야만 실뽑기를 그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눈물을 그친다.’는 뜻입니다. 누에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초도 다 녹아서 재가 될 때까지 주위를 밝힌다는 뜻입니다.

 

어떤 강사가 있었습니다. 그 날도 그 강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세미나에서 열띤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 강사는 수표 한 장을 높이 쳐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 돈을 갖고 싶은 사람 있습니까. 이 돈을 갖고 싶은 사람 손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러자 세미나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강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습니다. “저는 여러분 중에 한사람에게 이 돈을 드릴 생각입니다. 하지만 먼저 나의 손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쳐들었던 수표를 손으로 이리저리 마구 구겼습니다. 그리고는 여러분 아직도 이 수표를 가지기를 원하십니까.”라고 다시 묻습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강사의 행동에 놀랐지만 역시 모든 사람이 손을 다시 듭니다. 그러더니 강사는 이번에는 그 10만 원짜리 수표를 땅바닥에 던지더니 구둣발로 밟으며 더럽혔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구겨지고 더러워진 그 10만 원짜리 수표를 집어 들고 아직도 그 돈을 갖고 싶은지를 또 다시 물었습니다. 또 다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이 때 강사는 힘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이 수표를 마구 구기고 발로 짓밟고 더럽게 하여도 그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10만 원짜리 수표는 항상 10만 원짜리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삶 안에서 여러 번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며, 더러워지는 일이 있습니다. 실패라는 이름으로 또는 패배라는 이름으로 겪게 되는 그 아픔들 그런 아픔을 겪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당신이 실패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구겨지고 짓밟혀도 여전히 자신의 가치를 지닌 이 수표처럼 말입니다. 지금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희망과 용기를 내십시오.”

 

다시 말씀 드리면 우리 신앙인들은 내 시간과 삶은 내 것이고 성당에 나오는 신앙생활은 별개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늘 하느님 안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그분과 삶을 나누도록 노력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적을 행하시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셨던 예수님이십니다. 언제나 기도 중에 하느님과 함께 하셨던 예수님이십니다. 하지만 그런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제나 모든 위를 위한 모든 것이 되려했던 바오로 사도 역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를 하나 읽어 드리겠습니다.

"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 이정하 -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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