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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14 토/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3 조회수916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 토 마르 8,1-10(15.2.14)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The Feeding of the Four Thousand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사람들은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거나 길을 잃고 당황해 하곤 한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너무나 바빠 정작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나아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식하지 않은 채 살 때가 많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당신이 만드신 사람을 축복하시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고 ‘참 좋다!’고 경탄하셨다(창세 1,28. 31절). 그렇게 인간은 하느님의 순수한 본질, 그분의 사랑과 선을 선물로 받고 지음 받았다.


그런데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각자에게 주신 소명을 망각하고 그분이 주신 선물을 잘 보존하지도 못하고 재창조하지 못한 채 자꾸만 그분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이른바 에고(ego)의 작동이 끊임없이 일어나 지성과 감성과 의지의 균형이 깨지면서 순수한 본성, '참 나'를 상실해간다. 창조 때의 순수, 균형과 조화, 온전함에서 멀어지면서 자기 틀 속에 갇히고 분열된 자아를 진짜 자신으로 착각하기도 하면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보기에 참 좋은 존재로 지으시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신다. 그래서 에덴동산에서 살도록 해주셨고 선과 악을 알게 되는 나무 열매만은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으나 그 열매를 따먹고 말았다(창세 3,3).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무시하였고 자기 뜻에 복종하고 말았다. 남자는 그것을 따먹고도 아내 탓을 하고, 아내는 뱀 탓을 하였다(창세 3,12-13). 그들은 자신들의 어두움과 그림자를 감추려 하였다. 사람은 하느님과 비슷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알몸) 있으면 되는데도 결국 순수 본성을 잃고 그것을 포장하려 들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을 떨쳐버리려고 점점 더 빨리 달리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상처와 그림자, 영혼의 어두움, 연약함을 애써 외면한 채 자신이 원하는 것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지는 않는가? 그러나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큰 어두움, 더 두꺼운 가면을 만들 뿐이다. 스스로 만든 어둠과 수치스러움을 감추려는 마음 저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있다. 무시당할까 봐 두렵고, 판단 받을까 봐 두렵고, 잃을까 봐 두려우며 죽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사랑의 결핍이고 신뢰의 결핍이며 그것은 하느님의 선을 내 것으로 하려는 자기중심주의에서 솟아나온다. 나의 상처, 어두움, 연약함, 그림자는 외면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선 자체이신 주님께로 돌아가야 하는 반환점일 뿐이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나를 향하여 물으신다. “베드로야! 너 어디 있느냐? 데레사야! 너 어디 있느냐? 프란치스코야! 너 어디 있느냐?” 나의 삶의 자리는 하느님의 눈길 앞 외에 다른 곳일 수 없다. 나는 하느님 앞에 있는가?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알몸을 가리는 수치심 속으로 도망갔던 에덴동산의 원조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주신”(창세 3,21) 하느님의 자비를 마음깊이 새기면서 그분 앞으로 나아가자. 측은히 여기시어 배고픈 이들에게 빵의 기적을 일으키시어 먹이신 예수님의 그 사랑의 마음자리에 머물도록 하자. 이미 내 안에 생명나무를 심어주시고 그것을 사랑 지극한 눈길로 바라보시며 나의 인생길에 동반자가 되어주시는 주님 앞으로 달려가자. 오늘도 나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찾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았으면 한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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