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5 조회수935 추천수11 반대(0)

 

돌아오는 화요일에 많은 신부님들이 새로운 임지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돌아보니 저도 많은 곳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보좌 신부로 있으면서 중곡동, 용산, 세검정, 제기동에서 지냈습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주임신부로 첫 본당은 적성이었습니다. 그 뒤로 사목국, 해외연수, 시흥5, 중견사제연수, 용문청소년 수련장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교구의 성소국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사이동에 의해서 어느 신부님께서 안식년을 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 한분이 신부님의 손을 잡고서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신부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어떻게 신부님께서 안식년하고 떠나십니까?’ 할머니께서 잘못 알아들으셨기 때문에 걱정이 돼서 하신 말씀입니다. 사제가 떠나면 신자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독선적이고, 말을 함부로 하고, 고백성사도 잘 안 주고, 강론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도를 잘 하지 않고,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신부님이 떠나시면 아마도 이 보다 더 큰 은혜와 사랑이 있으랴!’라는 성가를 부를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따뜻하고, 어른들을 잘 모시고, 미사시간 30분 전에는 꼭 고백성사를 주시고, 강론 준비를 충실하게 하고, 장례가 나면 제일 먼저 가서 연도를 함께 바치고,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시던 신부님이 떠나시면 수난기약 다다르니 주 예수 산에 가시어라는 성가를 부를 것 같습니다.

 

저의 동창 신부님 중에 한분이 오랫동안 피부 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신부님의 신발 끈을 풀 자격이 없을 정도로 그 신부님은 진실하고, 영성적이며, 신자들을 위한 사목에 충실한 분입니다. 언젠가 그 신부님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가렵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름에도 긴 팔을 입어야 하고, 사우나에도 가기 힘든 고통입니다. 한방 치료도 받아 보았고, 피부과에서 치료도 받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아직 상용화 된 약은 아니지만 그 약으로 치료를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저는 작년에 다른 친구와 함께 그 친구를 위해서 물이 좋다는 온양온천엘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객실에도 온천수가 나오기 때문에 친구는 객실에서 온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개발된 약이 친구의 피부를 깨끗하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천시를 받았고, 나병환자는 죄를 졌기 때문에 생긴 거라고 생각하던 시대에 깨끗해진 나병환자는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을까를 생각합니다. 아마 그 나병환자는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저도 얼굴에 있던 점을 뺀 적이 있습니다. 점 하나를 뺐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았는데 온 몸이 흉하게 망가지는 나병에서 깨끗하게 치유되었으니 정말 행복했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해서 아마 꿈도 그렇게 꾼 것 같습니다. 제 몸에 이상한 것들이 생기는 꿈이었습니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생길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음식을 잘 못 먹은 것도 아니고, 피부병이 생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꿈에서 보니, 제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할 때, 제 욕심대로 판단할 때, 시기와 질투를 할 때 제 피부에 그런 이상한 것들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약을 발라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천엘 간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비우니까, 욕심을 버리니까,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까, 하느님의 뜻에 맡겨 드리니까 그런 상처들이 깨끗하게 없어졌습니다. 사실 꿈속에서 본 것은 제 마음의 피부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어쩌면 나병보다 더 심하게 일그러지고, 갈라지고, 상처로 곪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꿈도 영성적으로 꾸는 것을 보니 이것도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눈에 보이는 나병은, 눈에 보이는 피부병은 병원에서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영혼의 나병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주위엔 병들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전과자로 낙인이 찍혀 사회에로의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해서 누군가 보살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는 방에서 혼자 외로움에 떨고 계시는 우리 주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 지치고 힘든 사람들 나에게 와서 쉬어라 나의 멍에는 편하고 가볍다.”오늘 제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이야길 합니다. “교우 여러분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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