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고통, 구원의 도구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연중 제6주일(2015년 02월 15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5 조회수851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부정한 사람은 진영 밖에 혼자 살아야 한다.>
▥ 레위기의 말씀입니다. 13,1-2.44-46

제2독서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10,31―11,1

복음

<그는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0-45

 

 

연중 제6주일(2015년 02월 15일) 고통, 구원의 도구

 

독감과 몸살로 꽤 오랫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낫은 것은 아닙니다. 아프니 기도도 묵상글도 일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수도원에서는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남이 대신 아파해 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사실 아플 때 가장 힘든 점은 다른 이들과 떨어져 있다는 것일 겁니다. 자기 혼자만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 아픕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나병에 걸린 사람은 가족과 사회에서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부정한 사람이었습니다. 부정한 사람은 단죄된 사람이었습니다. 그 고통을 온전히 자기 자신의 탓만으로 돌리고 짊어져야 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도 컸지만 내적인 아픔이 죽음보다 더 처절했습니다. 외딴 섬처럼 혼자만 있다는 그 사실이 죽음이었습니다.

 

이 사람한테 주님은 오십니다. 주님 면전에 나병환자는 무릎을 꿇고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의 믿음을 봅니다. 온전히 내어 맡기는 그 신뢰를 봅니다. 주님의 원의를 이미 알고 청한 것입니다. 주님의 유일한 바람은 외딴 섬처럼 홀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의 고통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주님의 원의는 자비 그 자체입니다. ‘가엾은 마음’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σπλαγχν?ζομαι (splanchnizomai)는 직역하면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아프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애간장이 녹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 고통을 당한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면서 짊어져야만 하는 고통은 주님과 만나는 도구가 됩니다. 구원의 도구가 됩니다. 내가 오늘 받는 아픔을 주님께 내어드립시다. 고통 안에서 주님은 우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우리는 온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고통 안에서 우리는 고통받는 다른 이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내적 외적으로 더 아픈 이들을 위해 나의 작은 고통을 주님께 봉헌할 때 이웃을 위한 구원의 제물이 됩니다. 어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에 걸어서 도착했다고 합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진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세월호 인양입니다. 단순한 선박 사고라고 하기에는 밝혀진 것이 전혀 없습니다. 냉대와 무관심이라는 고통을 안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오늘 우리가 받는 고통을 주님께 봉헌합니다. 이 봉헌을 통해 그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주님 안에서 덜어지도록 기도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