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께는 없는 세 가지 -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계신다지만, ‘시험’ ‘표징’ ‘요구’는 갖고 계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40일 동안 단식하시던 광야에서는 악마의 ‘시험’을 세 번이나 굳건히 이겨내시더니 당신을 ‘시험’하려는 이들과의 논쟁에서도 당당히 승리를 거두십니다.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감각적인 허상을 좇아 금송아지를 만들어 하느님으로 숭배했던 이들에게 따끔한 일격을 가했던 모세처럼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깊은 탄식으로 응답하시며 ‘표징’보다는 참하느님이시오 참인간이신 당신께서 늘 함께하심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그리고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이들이 가련한 자들의 처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사로운 ‘요구’만 할 때에는 청원보다는 감사를, 소유보다는 나눔을, 자신의 안위보다는 타인을 향한 연민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심어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주님을 ‘시험’하려는 교만에 찬 의심보다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 믿음의 힘으로 의심에서 비롯된 헛된 욕망과 망상의 ‘표징’을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가 애써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우리의 부족함을 아시고 간청을 들어주시면서 우리의 텅 빈 마음을 당신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실 것입니다.
- 노성호 신부(수원교구 효명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