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도 명절을 지냈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돌보아주시고 보호해주신 은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감사의 제사를 드렸다. 이때 집안 어른들은 선조들의 모범을 통해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가를 말해주었고,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었다. 설날을 지내는 우리도 신앙의 선조들처럼,신앙을 자녀들에게 일깨워주고, 감사하는 마음과 나누는 마음을 심어주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자. 축복을 빌어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느님의 선(善)의 원천이신 하느님 안에 머물고 그분의 선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 안에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을 깨어 기다리는 종들처럼(12,37) 나 자신이 축복이 되어 사랑으로 삶을 공유하고 나누도록 하자.
또한 설날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러하였듯이 가족들 간에 이웃 간에 서로 잘못한 일이 있으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하느님과 화해하는 기쁨도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저 묵은 시간만 떠나보내지 말고 묵은 감정의 고리, 미움, 분노 등을 떨어버리고 ‘오직 하느님 때문에’(propter Dei) 서로 화해하여 사랑으로 일치하도록 하자. 뿐만 아니라 오늘의 이 기쁨에서 소외된 이들과 고통 받는 길거리의 예수님을 찾아보고 함께 하는 ‘사랑의 축제’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 설 명절은 이기적인 집단의 패거리 문화를 표현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명절에 우리는 모든 응어리와 부조리, 탐욕을 떨쳐버리고 모두가 진정으로 기뻐하는 일치의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간들은 지난해의 부족함, 죄스러움을 기워 갚을 수 있는 속죄의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새해에는 새로운 시도, 계획을 펼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창조의 시간들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야고 4,13)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이런 새로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시간은 모든 가능성이 담긴 하느님의 선물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이 내 뜻에 달린 것이 아니기에,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야고 4,15)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눈과 마음으로”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짚어보고, 또 지금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식별해 보아야 한다. 깨어있는 종처럼(루카 18,12) 기도하면서 매일을 정월 초하루처럼 새롭게 임했으면 한다. 이 한해에는 주님께 희망을 두고 모든 일에 있어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나가는 창조의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말씀 안에 한 가족인 형제자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