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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제와 절제 - 김찬선(레오날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9 조회수1,039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어제 저희 공동체는 약식 카니발 행사를 했습니다.
          갓 들어온 형제들 중에는 
          수도원에서 카니발 행사를 한다고 하니
          그런 것을 왜 수도원에서 하냐고 
          의아해하며 그 뜻을 묻었습니다.
          
          사람들은 카니발 하면 
          삼바 축제와 같이 떠들썩한 축제를 떠올리지요.
          그래서 일반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식의 정의가 있었습니다.
          “주로 서양에서, 가장행렬 등이 있는 떠들썩한 행사나 축제” 
          “난장판의 축제 분위기, 큰 잔치판; (경기 등의) 대회”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의 떠들썩한 축제라는 것인데
          그러나 카니발의 본래 의미는 
          사순절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면 40일 간 
          고기를 비롯한 음식의 절제를 하고,
          여러 가지 고행과 극기를 하면서 
          즐거운 것들은 피하게 되기에
          사순절을 시작하기 전 
          며칠을 마음껏 먹고 즐기던 축제이지요.
          
          그래서 그 이름도 라틴어의 고기를 뜻하는 Caro(Carnis)와 
          마지막 인사를 뜻하는 Vale가 합쳐진 말로서 
          이제 ‘고기는 안녕’ 또는 ‘고기는 그만’이라는 뜻입니다.
          Caro와 Valens(맘껏)가 합쳐진 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두 말 다 고기를 뜻하는 Caro가 들어갑니다.
          
          고기를 마지막으로 맘껏 먹건 고기는 이제 그만이건
          다 사순절에는 고기를 끊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덩어리 고기를 끊는 것보다 
          육의 정신(Carnis Spiritus)을 끊어야 합니다.
          
          첫째로 우리는 육의 정신을 끊음으로써 
          욕정欲情을 열정熱情으로 바꿔야 하겠습니다.
          욕정이란 자기의 육적인 욕구들을 채우려는 것인데
          그것을 남을 위해 자기를 바치는 열정으로 바꾸는 겁니다.
          
          열정은 영어로 Passion이라고도 하는데 
          이 Passion에 수난의 뜻도 있으니
          열정이란 누구를 위해 또는 무엇을 위해 
          고통을 감수할 정도로 크고 강한 내적 힘인 거지요.
          둘째로 육의 정신을 끊음으로써 
          우리는 욕망을 갈망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 갈망을 열망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욕망이란 이 세상 것들을 바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욕망에는 육체의 욕망이 있고,
          야망이라고도 하는 출세와 성공의 욕망 등이 있는데
          이런 바람들을 하느님과 영원에 대한 갈망으로 바꾸고,
          바라는 것이 바뀔 뿐 아니라 
          바라는 것을 이루려는 열망으로 바꾸는 겁니다.
          
          셋째로 육의 정신을 끊음으로써 
          우리는 육정肉情을 애정愛情으로 바꿔야 하겠습니다.
          육정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처럼 
          사적인 사랑을 얘기한다면
          애정이란 라틴말로 Caritas(애정, 애덕)라고도 하는 
          조금 더 공적이고 보편적인 
          인류애를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어제 저희는 카니발을 하면서 
          짧은 영적 독서를 읽고 선배 형제로부터 
          카니발의 영적 의미에 대해서 청해들었습니다.
          그 형제님께서 아주 재치 있게 
          그 의미를 정리해주셨는데
          축제란 절제와 늘 함께 있는 것이며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맨날 빈둥빈둥 노는 사람에게는 쉼이 없고
          열심히 일을 한 사람에게 
          쉼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듯
          우리의 삶은 늘 축제적이어야 하지만 
          늘 절제할 수 있어야 축제가 저급하지 않고 
          영적 품위를 지닐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 김찬선(레오날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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