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기억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 끌레멘스신부님 설 명절(2015년 02월 19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9 조회수1,086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6,22-27

제2독서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 4,13-15

복음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5-40

 

 

설 명절(2015년 02월 19일) 기억

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이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도하러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한 수도 형제의 귀천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오늘 새벽 4시경에 독일에서 선교 오신 민공도 알로이시오 신부님이 83세 연세로 수도원 병실에서 선종하셨습니다. 우리나라가 전쟁 후 복구로 힘든 시기인 50대 말에 한국에 오셔서 지금까지 우리와 동고동락하시며 사셨습니다. 우리 수도원이 관할하던 여러 본당들에서 오랫동안 선한 목자로 신자들을 돌보셨고 그후로는 거의 20년 동안 ‘분도 노인 마을’에서 노인들을 위하여 봉사하셨습니다. 또한 본원과 수녀원의 고해성사 사제로 인기가 대단하셨습니다. 금요일마다 본원에서 고해성사를 주실 때는 고해소...
앞에 줄이 늘 길게 서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 뇌졸증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으시고 수도원 본원 병실로 지난 월요일에 오셨는데 이렇게 황망히 새벽에 하느님 품으로 안기신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생명이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임을 생생히 알아들었습니다.

설에 우리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부모, 친지, 조상들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뿌리를 우리 기억 속에 떠올립니다. 우리는 기억 속 뿌리에서 서로 만납니다.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이 하나가 됩니다. 삶과 죽음이 서로 안에 들어있음을, 더불어 살고 있음을 심장으로 깨닫습니다. 기억은 기도의 한 형태입니다. 미사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이 당신 죽음을 앞두고 하신 말씀을 듣습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그래서 미사는 깨어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억은 우리를 늘 깨어 준비하게 하는 거룩한 힘입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귀천하신 민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살아 생전 버릇처럼 되풀이 말씀하셨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내가 한국에 선교파견되어 사목자로 선교사로 수도자로 살 수 있음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말씀을 하실 때는 그 얼굴에는 어린이처럼 맑은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주님만을 기억하며 깨어계셨던 분임을 오늘 다시 확신합니다. 마음 한켠에는 서늘하지만 신부님께 대한 고마움이 더합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애탓게 기억하던 주님과 함께 계실 것을 생각하니 기쁨도 솟아납니다.

“주님, 민 알로이시오 신부님에게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소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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