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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죄의 신비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21 조회수1,282 추천수1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죄의 신비


 

수도생활의 연륜이 더해갈수록 ‘죄’로부터 자유로워지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죄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전히 여기저기 제 삶의 주변에는 갖은 죄의 유혹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나 친지들 사이에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나면 좋으련만 사건사고 소식에는 참혹한 사건으로 얼룩져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사건 당사자들인 어른뿐만 아니라 꽃잎 같은 어린 자녀들까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하는 생각에 하루 온 종일 마음이 울적했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당사지도 밉지만 그들을 그렇게 방치한 비정하고 무관심한 우리 사회도 미웠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제 자신도 미웠습니다. 한 가정을 절벽 끝까지 몰고 가는 이 비정한 시대의 집단적인 죄가 참으로 무섭습니다.


 

죄라는 것, 참으로 무서운 것 같습니다. 한 인간을 극단적 비참함에로 몰고 갑니다. 한 인간을 빛과 생명에로가 아니라 참혹한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그런데 왜 이 세상에는 이토록 죄가 무성할까요?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왜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죄’를 뿌리 채 뽑아버리지 않으실까요? 하느님께서는 또 그 극악무도한 죄인들, 상습적 죄인들인 우리를 쓸어버리지 않으시고 아직까지 살게 놔두는 것일까요? 왜 죄는 끝도 없이 우리를 유혹하고 왜 우리는 또 깊은 죄의 수렁 속으로 자주 빠져 들어가는 것일까요?


 

사실 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많은 성인들도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죄를 가리켜 신비라고 말했습니다. 죄의 신비!


 

인간으로 이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이상 그 누구도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3분 전까지만 해도 성인군자가 따로 없다가도 죄의 광풍이 한바탕 휘몰아치면 순식간에 죄의 포로가 되고 마는 나약한 인간 존재입니다.


 

이렇게 죄는 늘 우리들의 일상적 삶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호시탐탐 우리의 안색을 살피며 유혹의 덫을 던지려고 기회를 살피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우리였는데 순식간에 깊은 죄의 나락에서 통곡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 존재인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죄인입니다. 그 누구도 죄의 비참함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역설적인 표현이겠지만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듯이 죄의 그늘로부터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은 죄인입니다. 결핍된 인간, 부족한 인간, 불완전한 인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시작됩니다. 이토록 죄투성이 존재임을 자각하는 순간 완전한 존재이며 무죄한 존재이며 절대자이신 하느님에 대한 동경, 갈망, 그리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한 인간 존재가 스스로의 한계, 스스로의 비참함, 근본적 죄인임을 깨닫는 순간 무죄하신 하느님, 자비와 측은지심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며 그 고통스런 죄의 속박으로부터 우리를 풀어주시는 것입니다. 참으로 놀랍고도 아름다운 죄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 죄인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루카복음 5장 31~32절)


 

결국 그토록 괴로워하고 부담스러워하던 우리들의 죄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눈이 밝아집니다. 우리 자신의 비참함과 죄의 실상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완전체이자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향한 눈도 뜨게 되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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