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9-32

그때에 29 군중이 점점 더 모여들자 예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30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31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 사람들을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32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솔로몬을 찾아온 남방 여왕은 열왕기상 10장 및 역대기하 9장에 나오는 스바 여왕인데, 스바 왕국은 오늘날 예멘이 위치한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있던 나라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와서 대규모의 국제교역도 성사시켰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여성 최고통치자가 있고, 지난 해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될 것 같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은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말씀하신다. 지금 우리 세대는 어떤 세대라고 말씀하실까?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그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그 세대를 단죄하듯, 우리 세대는 그 세대 사람들에 의해 단죄 받지 않을까?

오늘 제1독서는 니네베 사람들의 회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요나 3,1-10)

그런데 니네베 임금이 하는 말을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요나의 예언을 듣고 니네베 사람들은 이미 모두 하느님을 믿고 단식을 선포하고 자루옷을 입었는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니네베 임금이 새삼 칙령을 내린다. 니네베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에 추가로 동물들의 단식, 금욕, 자루옷 입기를 칙령으로 지시한다.

어쩌면 세상의 통치자들에게는 자기가 명령하고 지시해야만 세상이 변한다고 착각하는 신비의 DNA가 따로 있는지 모르겠다. 임금인 자기가 백성의 말과 행동을 따라 했다는 말은 듣지 않으려고 동물들에게 단식, 금욕, 자루옷 입기를 추가 명령하는 억지를 부린 것은 아닌가?

하느님께서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그 재앙을 내리지 않으신 것이 니네베 임금의 칙령 때문이었을까?

우리의 세대가 적어도 니네베 세대 못지않게 악한 세대라고 느낀다면, 그리고 회개하라는 복음 말씀이 들린다면, 우리부터 회개해야 한다. 세상의 어떤 통치자도 먼저 회개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복지정책 공약은 니네베 임금의 칙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장 작은 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고, 가장 작은 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고, 가장 작은 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고 또 가장 작은 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고, 가장 작은 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고, 가장 작은 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면, 우리 세대도 멸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