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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26 목/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주님과 흥정하지 말라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25 조회수1,143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순 1주 목 마태 7,7-12(15.2.26)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마태 7,7)

 

 

 

 

 

                      

 

 주님과 흥정하지 말라  

 

사람들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지녀 아쉬울 것이 없어지는 걸 행복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래서 누구에게 청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거나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청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먼지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지 않은가! 주님께서는 오늘 친히 연약한 우리에게 청하라고 말씀하신다. 제1독서에서 왕비인 에스테르는 자기에게 닥친 죽음의 위험을 느끼고 하느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기도를 드린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기도’(6,9-13)에서처럼 신뢰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라고 한다. 참된 청원기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청해야 할 핵심적인 것은 오직 하나 성령뿐이고, 삶의 유일한 의미는 예수의 영의 얼굴을 찾는 일임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 프란치스코는 권고한다. “무엇보다 먼저 갈망해야 할 것은 주님의 영과 그 영의 거룩한 활동을 마음에 간직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항상 기도하고 박해와 병고에 겸허하고 인내하며, 우리를 박해하고 책망하고 중상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수도규칙10,8-9) 그러나 이기심이나 하느님의 선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하느님 보시기에 좋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물질, 건강, 영적인 것들 할 것 없이 청할 수 있고 청해야 할 것이다.

어떤 자세로 청하는 것이 좋을까? 참된 청원기도는 내 뜻대로 하느님께서 움직여주시길 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원의를 하느님의 뜻에 맞추는 기도이다. 따라서 자기중심적인 착각에서 벗어나 겸허하게 ‘하느님 앞에서’ 청원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청원기도의 주요 목적은 요청하는 것을 성취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청원하는 이가 선이신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고 청함으로써 그분의 영과 현존 안에 머물기 위한 것이다. 주님께서는 당신 안에 머물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채워주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 있으며 그보다 더 우선 챙겨야 할 것이 있을까?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주셔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도구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믿는 마음으로 청하되 모든 것을 그분의 뜻에 맡기는 것”이 바로 참된 청원기도의 자세다.

자기 것을 얻으려고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심을 들먹거리며 흥정하듯 청하거나, 선행을 내세워 그 대가를 바라는 조건부적인 기도는 잘못이다. 청원기도를 할 때 우리는 하느님 앞에 있는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깊이 깨닫고, 우리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음을 고백하여야 한다. 청원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뢰의 표현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희생과 고통을 피하고 애덕은 베풀지 않으면서, 거저 주어지기만을 바라는 것은 착각이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좋은 것을 훨씬 더 많이 주신다(7,11). 청원기도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만 생각하고 내가 청하는 것만을 얻기 위한 기도는 결코 순수한 기도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도의 혼인 사랑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하는 이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헤아리시고 청하는 것보다 넘치도록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관대함’을 고유하고 나누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청원기도의 사회적 차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청할 때도 청이 받아들여질 때도 주변을 둘러보고 모두가 행복해지고 하느님의 정의 안에 머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님은 말씀하신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7,12)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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