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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사, 감사! - 김웅열 토마스아퀴나스 신부님 강론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02 조회수1,623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늦가을비 - photo by 느티나무신부님

 

 

 

 

찬미예수님

 

오늘이 교회달력으로 마지막 주간입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왕대축일이며 추수감사미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추수라고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추수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적인 추수까지를 의미합니다.

 

오늘은 우선 감사하는 날입니다.

 

 

강원도에 가면 감사공소라는 공소가 있습니다.

 

6.25, 외국인 군종신부님이 날이 어두워 인가를 찾아 헤매다가

 

어느 외딴집의 희미한 불빛을 보고 찾아갔습니다.

 

집 가까이 가보니 안에서 중얼중얼 소리가 들려서 뚫어진 문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마침 식사 전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벽에 오래된 고상이 하나 걸려 있기에

 

, 이집은 천주교신자 집이구나!’

 

밥상을 훔쳐보았더니 큰 대접에 냉수 한 그릇만이 올려져 있더랍니다.

 

 

아버지가 먼저 주님, 이 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어머니가 똑같이 벌컥벌컥~’ 자식 둘까지 그렇게 냉수를 감사하면서

 

맜있게 마시는 걸 보고 충격과 함께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외국인 신부님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모금을 하여 식구들이 물을 마시며

 

감사하던 그 자리에 공소를 하나 세웠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감사공소라고 지었습니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먼저 감사부터 드려야 합니다.

 

신부님은 몰라서 그렇지~ 지난 한 해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우환과 고통이 많았는데요.....

 

원망할 일밖에 없는데 어찌 감사를 드리라고 하십니까?”

 

비록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 내 힘으로 서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은 어려운 고통, 깊은 수렁에 빠진 것 같은 어둠 속을

 

내 힘으로 이겨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구해서 이 자리에 앉혀놓으신 겁니다.

 

 

사제가 가정방문을 할 때, 문을 열면 나오는 공기가 따뜻한 집이 있습니다.

 

비록 다 쓰러져가는 움막이라도 그 집안이 따뜻한 이유는

 

온 식구가 감사하며 살기 때문입니다.

 

쌀통에 쌀 한 톨 없어도

 

신부님, 괜찮습니다. 그래도 굶어죽지 않고, 아이들 냉담하지 않고, 손잡고 성당 가는 게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감사할 거리를 찾아내는 집은 따뜻한 공기가 머무는 집입니다.

 

사제가 오래 앉아 있고 싶은 그런 집은

 

하느님의 축복도 오래 머물고 싶다는 뜻입니다.

 

 

8~90평 으리으리한 저택도 문을 열면 찬바람이 ~’ 나는 집이 있습니다.

 

문을 열면 일단 위에서 허연게 칙~ 뿌려집니다.

 

뭐 소독하는 거라나~

 

거실도 삐까번쩍~ 호화롭기 그지없고 내가 보면 복에 겨운 집인데

 

신부님,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아이들 속 썩히는 것 때문에 아주 지긋지긋해요.”

 

집에서 찬바람이 휑~ 나는 집은 성수 뿌려주고 얼른 도망치고 싶어요.

 

그런 집은 하느님의 축복도 도망치고 싶다는 뜻일 겁니다.

 

 

성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성당은 실버성당이라도 노인들의 얼굴과 사제의 얼굴이 밝습니다.

 

어느 성당은 문만 열면 찬바람이 쌩~ 하고 납니다.

 

그런 성당은 신부는 신부대로, 수녀는 수녀대로, 신자는 신자대로

 

따로 노는 성당입니다.

 

가정집이든 본당공동체이든... 거기 사는 사람이 얼마나 감사하며 사느냐에 따라

 

그곳에서 부는 바람이 다릅니다.

 

 

사람들이 감사하지 못하는 그 이유, 첫 번째는 욕심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감사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지, 찾아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한 해, 지난 한 주가 다 감사거리입니다.

 

자기 집에서도 감사거리를, 하느님의 역사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세상 어디에서도 감사거리를 찾지 못할 겁니다.

 

 

감사는 내가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느냐~

 

얼마나 좋은 집에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묵상합시다.

 

 

하느님의 성령이 내 중심에 살면 저절로 감사를 합니다.

 

망나니가 내 목을 쳐도 순교자는 감사하면서 칼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신앙입니다.

 

 

농부들은 특히 하느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올해 내가 농사 잘 지었어.”

 

천만의 말씀, 이것은 교만한 표현입니다.

 

농사꾼이 한 일이라고는 때가 되어 씨 뿌리고, 돌 골라주고, 김매어 준 것 뿐입니다.

 

때가 되어 꽃이 피고, 열매 맺게 한 것은 하느님이십니다.

 

농부들은 하느님이 농사 잘 지어주셨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감사미사 때는 내가 추수한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봉헌해야 합니다.

 

 

우리 성당이 110여년 동안 제단 가득히 추수선물을 쌓아놓고 미사 드렸는데

 

몇 년 전부터 돈으로 대신 한다고 들었습니다.

 

 

추수감사미사는 제단 앞에 내 텃밭에서 가꾼 파뿌리 하나라도, 내가 가꾼 복숭아 하나라도......

 

정성으로 봉헌해야 합니다.

 

다만 현물을 갖다 놓을 수 없는 사람이 돈으로 봉헌하는 겁니다.

 

 

아름다운 건 지켜야 합니다.

 

제단에 올려진 예물은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어려운 사람들 돕고, 또 사제 수도자가

 

양식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노인들은 꽹가리도 치고, 떡에다가 콩나물이라도 먹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날이 추수감사절입니다.

 

좋은 전통은 살려야 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을 돈으로 대신 합니까?

 

 

추수감사미사 때는 가장 알차고 좋은 것을 봉헌해야 합니다.

 

아벨은 가장 살찐 짐승을 봉헌하고, 카인은 쭉정이를 봉헌했지요.

 

다시 말하면 거짓봉헌, 정성이 안 들어간 봉헌은 시기와 질투로 살인까지 연결됩니다.

 

마귀가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마귀에게 휘둘려서 자기 영혼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제가 이곳에 온지 석 달째입니다.

 

순명하라!’

 

이렇게 신자들에게 가르친 것 때문에 30억의 빚을 끌어안고 순명하여 왔습니다.

 

이 엄청난 빚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동안 석 달 동안 7억이 넘는 빚을 해결하였습니다.

 

타본당 신자들이 교적까지 옮겨가며 교무금을 여기다 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7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석 달 동안 해결하였습니다.

 

본당에 계신 여러분의 정성도 필요합니다.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 이곳에 와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병이 다 났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인간 김웅열은 약하지만 사제를 통해 성모님 순례지에 사랑을 보여주시는 역사에 감사합니다.

 

이 미사에 나오는 신자들부터 먼저 봉헌하고, 감사하셔야 합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그리스도왕의 의미를 깨달아야 하는 날입니다.

 

감사는 그리스도왕처럼 살 때 가능합니다.

 

예수님은 대궐에 안 사셨어도 만왕의 왕이십니다.

 

 

첫째, 그리스도왕은 화해의 왕이셨습니다.

 

원죄로 인해 하느님과 땅이 끊어졌지만

 

예수님은 십자가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셨습니다.

 

 

지금은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기 십자가를 기쁨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교회도 자기 십자가를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사제도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중심을 못 잡으면 양들도 함께 구덩이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 봉사단체가 없어지고, 분열하는 것 역시 서로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그리스도는 용서의 왕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방해하는 권력이나 사상, 힘 앞에는 목숨까지 내거셨지만

 

용서를 청하는 인간에게는 생명까지 내걸고 용서해주셨습니다.

 

내 마음속에 용서 못하는 그 사람을 하느님께 봉헌합시다.

 

주님, 그 사람을 사랑까지는 못해도 용서까지는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셋째, 그분은 봉사하시는 왕이십니다.

 

우리는 윗자리에서 섬김,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교회의 모든 직책은 있을만해서 있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라도 앉혀놓지 않으면 엉망진창으로 살까봐

 

주님이 맡겨놓은 봉사직이요, 하인직입니다.

 

꾀부리지 말고, 겸손하게 봉사하라고 주는 직책임을 아셔야 합니다.

 

 

거룩한 성() 자는 귀 이() 자와 입구() 자와 맨 밑에 왕()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귀와 입을 잘 다스리면 성인(聖人)입니다.

 

 

() 자는 일획이 하늘이요, 삼획이 땅이며, 가운데가 십자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풀이하면 들을 때 제대로 듣고, 자기 입을 다스리면서, 하늘과 땅을 자기십자가로

 

이어주는 사람이 바로 성인(聖人)입니다.

 

 

예수님이 어떤 왕인지 알고,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감사하면서~

 

특히 성체를 영할 때, 내 마음속에 있는 어둠을 치유해 주십사 청합시다. 아멘

 

 

 

 

♧느티나무신부님 (2005. 11월 5일 그리스도왕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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