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03 조회수669 추천수6 반대(0)

어두운 바다를 홀로 지키는 등대가 있습니다. 등대는 배들이 암초를 피하고, 안전하게 항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등대지기라는 노래를 좋아하셨습니다. 그분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대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언제나 겸손하셨고,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외로운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성탄절에는 언제나 달동네의 작은 마을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겉으로 드러내는,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닌, 진정 사랑이 가득한 삶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용기를 얻는 그런 분이 그립습니다.

 

저의 부친께서는 4년 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제게는 등대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재물, 명예, 권력을 물려주시지는 않으셨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와 신앙을 전해 주셨습니다. 제가 첫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아버님께서는 가끔 성당으로 오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가난한 본당의 주임신부로 있던 저를 위해서 밥을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셨고, 제게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마당이 넓었던 성당의 담에는 은행나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님께서는 은행나무의 가지를 잘라내라고 하셨습니다. 나무의 가지가 담을 넘어서 뻗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님께서는 바람이 불어 은행나무의 가지가 부러질 수 있고, 만일 사람들이 그때 그 길을 지나면 다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담벼락 넘어 있던 은행나무의 가지를 잘랐습니다. 매일 은행나무를 보았지만 그런 위험은 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아버님께서는 수녀원의 뜰 앞에 화단을 만들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수녀님들께서 매일 예쁜 꽃들을 보시면 마음이 좋아질 것이고, 그런 마음으로 신자들을 만나면 더 큰 사랑을 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제게도 더 잘 하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수녀원 앞뜰에 화단을 만들었고, 예쁜 꽃을 심어 드렸습니다. 수녀님들께서도 무척 고마워 하셨고, 가끔씩 수녀원에서 라면도 먹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밝은 지혜를 보여주셨던 아버님이 그립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재물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얻으려 했던 권위와 율법이 아닙니다. 지금 만나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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