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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5 목/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무관심과 완고함을 먹고사는 진짜 거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04 조회수832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순 2주 목 루카 16,19-31(15.3.5)


주님께 신뢰를 두는 이는 복되다.”(예레 17,7)

 

 

The Parable of the Rich Man and Lazarus

 

                        

 무관심과 완고함을 먹고사는 진짜 거지  

 

복된 사순시기가 깊어가고 있다. 그 깊이를 가늠하는 영의 숨결로 겸손하게 내 주제 파악을 하도록 하자! 오늘 독서의 주제는 하느님 심판에 대한 신념이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그분의 심판에 대한 신념은 물가에 심어진 나무처럼(17,7-8) 인간에게는 생명의 샘이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여 치유될 가망이 없으니, 누가 그 마음을 알리오?”(17,9)라고 탄식하면서,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 유다 지도자들과 우상숭배에 빠져 있는 백성들의 ‘완고하고 반역하는 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생활은 부도덕하면서 성전에서 예배하면 속죄가 되는 줄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며 하느님의 분노를 사는 것이고, 그렇게 더럽혀진 성전은 파괴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세속의 힘을 믿고 사람에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기는 자는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17,5). 그는 자기가 주인인 양 착각하고 스스로를 주님의 축복과 사랑 밖으로 내몰아버리는 것이다. 주님에게서 떠난 사람은 사막의 덤불과 같아,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지 못하고, 광야의 메마른 곳에서, 인적 없는 소금 땅에서 살 수밖에 없다(17,6). 아! 이 얼마나 비참한가! 하느님의 손을 놓아버리고 자기에게만 몰두하고 자기 애착 속에 살아가는 이는 자신을 소외시킴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의 손길도 생명의 호흡도 없는 암흑에 갇히고 마는 것이리라! 이와는 달리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께 신뢰를 두는 사람이야말로 복된 사람이다(17,7).

오늘 예화에 나오는 부자는 대제사장들이나 입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루카 16,19). 이 옷감은 노동자 하루 품삯의 3-4000배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였다. 그는 날마다 호화롭게 잔치를 벌였다. 반면에 가난한 라자로는 부자의 집 문간에서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다가 겨우 식탁에서 손을 닦고 버린 빵조각으로 배를 채웠다. 게다가 온 몸이 헐고 상처에서 흐르는 고름으로 고생하였다. 그는 상처를 핥으러 오는 개조차 물리칠 힘이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있었다. 이보다 더 비참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죽어서 라자로는 아브라함의 품으로 갔으나, 부자는 저승에 가서 불길 속에 극도의 고통을 받았다. 자비를 청해보지만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왜 이들의 처지가 죽은 뒤에 뒤바뀌었을까? 부자의 죄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관심과 완고한 마음, 남을 거들떠보지 않는 냉혹함 때문이었다. 부자는 생전에 가난한 라자로에게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고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그는 이웃의 필요를 외면하였고 하느님의 비참함으로 내려가 함께 느끼지도 않았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뒤바뀐 처지는 바로 그의 이런 태도 때문이었다. 극도의 비참과 가난한 처지에서 오직 사람들을 통해서 오는 하느님의 자비를 갈망했던 라자로와 달리 부자는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겨 저주를 받은 것이다.”(예레 17,5)

현세의 복을 누리고 살아가는 내가 바로 하느님 앞에서 참으로 비참하고 불쌍한 거지가 아닐까? 지상적이며 물질적이고 현상적인 것은 인간의 내면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결코 영원 생명을 보장해주지 못함을 기억하자! 형제자매들의 울부짖음과 굶주림과 억울함과 외로움 속에서 신음하시는 하느님을 무심코 지나치는 몸짓 하나 하나가 바로 자신을 사막의 덤불로 몰아버림을 잊지 말자. 주님께 신뢰를 두고, 무관심과 완고함, 냉정함의 다리를 건너 애정깊은 관심과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뜻한 심장이 꿈틀거리는 땅으로 걸어가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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