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돌이!
어렸을 때 저의 별명은 ‘터돌이’였습니다.
제 이름이 터 ‘기基’자에, 돌 ‘석石’자를 써서 ‘기석’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세례명은 ‘바위’라는 뜻인 ‘베드로’가 아니라 예수님의 품에 안겼다는 사도 ‘요한’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세례를 주시던 신부님은 혼자 예수님 양 옆 자리를 다 차지한다고 놀리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름처럼 그리고 세례명처럼 잘 살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사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일만을 고집하여 하느님의 일을 저버리거나 주님 영광 받으실 때 그 양 옆자리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내 이름으로 걸어갈 때 보지 못했던 돌 하나가 이렇게 고개를 돌려보니 보입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우리 자신은 모퉁이의 머릿돌이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어쩌면 그만큼 영리한 것도, 용기 있는 것도, 선한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 포기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느님을 따르는 데 필요한 용기나 어떤 능력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분을 따르려는 겸손과 배움의 자세입니다.
하느님의 섭리 안에 우리를 내어 놓으면 됩니다.
- 박기석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