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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11 조회수1,299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3월 11일 사순 제3주간 수요일
 
Whoever breaks one of the least of these commandments
and teaches others to do so
will be called least in the Kingdom of heaven.
(Mt.5,19)
 
 
 
제1독서 신명 4,1.5-9
복음 마태 5,17-19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노총각, 노처녀들에게 보통 “국수 언제 먹게 해줄 거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식 피로연에서 국수 먹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모두 뷔페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뷔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줄을 서서 음식을 골라 담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시간도 오래 걸려서 싫습니다. 또한 상당히 많이 남는 음식으로 인해서 ‘이게 무슨 낭비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예전의 피로연이 종종 생각납니다. 맛있는 국수나 갈비탕 그리고 꼭 필요한 몇 가지 찬으로 대신하면 얼마나 간단하고 좋을까 싶습니다.

사실 결혼식의 핵심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것이지, 먹고 마시는데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1인당 몇 만 원씩이나 하는 뷔페가 꼭 필요할까요?

이런 생각에 얼마 뒤에 결혼할 신랑 신부에게 “너희들은 뷔페 말고 간단히 국수나 갈비탕을 해라.”는 말을 해봤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하네요. 오시는 손님들에게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비교문화, 사람들에게 체면치레는 해야 한다는 체면문화, 그리고 모든 것을 물질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물질만능문화 등등. 없애야 할 것들이 이 사회에 많은데 이를 과감하게 나서서 없앤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예수님께서 얼마나 힘든 자리를 선택하신 지를 깨닫습니다. 당시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걸어가지 못했던 길을 먼저 나서서 선택하셨고, 십자가의 죽음까지 감수하시면서 새로운 사랑의 길을 우리들에게 열어주신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입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요? 세상의 시선을 뒤로 하고 주님의 눈과 그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진정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 예수님께서 율법을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율법을 기억하고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서서 실천하셨기에 율법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이 모범을 따라 사랑 실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그 실천이 비록 보잘 것 없고 하찮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세상 안에서의 물질적 이득을 생각해서 그 실천을 뒤로 미루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종교지도자들의 위선만을 가득 담은 채, 주님과는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실천에 있어서는 앞장설 수 있는 우리. 진정으로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간절하게 바라시는 요청이 아닐까요?

숙고할 시간을 가져라. 그러나 일단 행동할 시간이 되면 생각을 멈추고 돌진하라.(나폴레옹)


작은 사랑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세요.

 

싦과 삶

예전에 갑곶성지에 있을 때 어떤 분께서 큰 나무들을 기증해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옮겨 심은 나무가 잘 살지 못하더군요. 몇 해 몸살을 앓다가 겨우 살아남은 것은 몇 그루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큰 나무를 옮겨 심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자그마한 씨앗은 그렇지 않더군요. 우선 뿌리고 묻기 쉬우며 땅에도 별 부담감을 주지 않는 듯 잘 자랐습니다.

우리는 너무 큰 것만을 원할 때가 많습니다. 커다란 결과, 화려한 결심 등등.... 그러나 더 쉽고 편한 것은 작은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즉, 일상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일들에 정성을 다할 때,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결실도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늘 일상의 작은 삶 안에서 실천되어야 합니다. 커다란 일을 통해 주님을 느끼고 주님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과 같은 작은 일상 안에서 주님을 느껴나갈 때 주님과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으며 커다란 결실도 이 안에서 얻게 됩니다.

혹시 ‘싦’이라는 글자의 뜻을 아십니까? 사실 이 뜻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삶’이라는 커다란 의미를 담은 글자가 됩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안에서 사랑이라는 하나의 ‘점’을 찍는 일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점 하나가 아무 의미 없는 내 삶을 큰 의미가 담긴 ‘삶’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송도 센트럴파크의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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