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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14 토/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하느님 앞의 자랑 짓을 그만두자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13 조회수805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순 3주 토 루카 18,9-14(15.3.14)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루카 18,14)



The Parable of the Pharisee and the Tax Collector - James Tissot

 

                        

 하느님 앞의 자랑 짓을 그만두자  

 

빛이신 하느님 앞에 어둠인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성을 지니고 드러내며 살아간다. 열심한 기도와 선행과 성경묵상을 하고 교회활동을 하면서도 바로 그런 것들을 자기 자랑의 기회로 삼아 자기를 드러내곤 한다. 이 자랑 짓이야말로 주인이신 하느님의 자리를 자기 것으로 소유해버리는 큰 착각이 아닐까? 주님께서는 아픈 데를 고쳐 주시고 싸매주시며, 우리를 살려 주시고 일으키시어 그분 앞에서 살게 해주시며 우리에게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실 것이다(호세 6,1-3). 한마디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한없는 자비로 함께해주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백성들은 입술로만 주님을 섬기면서 실제 생활은 부정과 폭행과 방탕을 일삼았다. 이에 호세아는 하느님과의 신의를 깨뜨린 그들을 맹렬히 공박하며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신의이며,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6,6)임을 선포하고 있다.

바리사이와 세리가 성전에 기도하러 올라갔다. 바리사이는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경건한 평신도로서 예수님 당시 6,000명가량 되었다 한다. 세리는 관세를 거두어들이며 부정축재를 하고, 외국인들과 자주 접촉하였기에 죄인 취급을 받았다. 바리사이는 하느님을 부르며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 그가 감사드리는 까닭은 자신이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하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않고 세리와도 다르기 때문이었다(18,11). 결국 그는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것이 아니라 성전이라는 거룩한 공간과 기도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낸 자기 자랑 짓을 한 셈이었다. 하느님 앞의 자랑 짓은 얼마나 공허하고 쓸모없는 것인가!

한편 세리는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루카 18,13) 하고 기도한다. 그는 비록 큰 죄인으로 여겨졌으나 주인이신 하느님 앞에 선 자신이 종이며, 자신 안에 있는 것이 선이 아닌 죄임을 올바로 인식하고 인정하였다. 따라서 그는 성전의 남자들의 구역 ‘안에서’가 아니라 “멀찍이 서서” 기도하였고, 두 손을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이들과 달리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기도하였다(18,13). 그는 바리사이처럼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자기보다 못한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고, 하느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데 집중하였다. 그는 자신의 의로움이나 자기가 쌓은 선행과 율법준수를 자랑한 바리사이와는 달리 자신이 선(善)이신 하느님과의 거리를 알아차렸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18,14)고 말씀하신다. 바리사이가 의롭고 경건하게 살긴 했으나 그의 문제는 교만한 자랑 짓이었다. 따라서 바리사이가 아닌 세리의 태도에서 참 행복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자! 너나 할 것 없이 죄인인 우리 서로가 옹색하게 도토리 키 재기 식의 비교를 그만두고 빛이신 하느님 앞에 자신을 두고 가슴을 칠 줄 아는 겸손의 지혜를 청하자! 으뜸선, 모든 선이신 주님 앞에 보잘것없는 자신의 선행이나 의로움을 드러내는 ‘어리석은 자랑 짓’을 그만 두자! 거룩한 자 된다는 것은 완전한 자가 되는 것도 아니요, 자기 기준에 따라 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리라! 내가 하느님 앞에 얼마나 큰 죄인이며 구더기만도 못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주님의 자비를 늘 기억하며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성인(聖人)이 아닐지! 주님! 복된 세리의 겸허한 '당신과의 거리 인식'과 오직 자기 안의 어둠과 나약함에 집중하는 영의 눈길을 허락하소서! 자비이신 당신을 회상하며 형식적이고 순수하지 않은 마음의 지향들을 거두고, 당신께 대한 신의와 당신을 알아보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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