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3.16 월/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보지 않고도 믿는 가난과 겸손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15 조회수852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순 4주 월 요한 4,43-54(15.3.16)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요한4,50)




Jesus Heals the Son of the Royal Official

 

                        

 보지 않고도 믿는 가난과 겸손  

 

오늘날은 감성의 시대요 감각의 시대라고 한다. 오감(五感)을 지닌 인간은 물질이나 감각에 의존할 뿐 아니라 감각에 의한 경험을 중요시하며 살아간다. 영성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보지 않고도 믿는 이는 복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보이는 것을 더 중요시하며 살아갈 때가 많은 듯싶다. 끊임없는 회개를 촉구하는 주님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사순시기에 참으로 보지 않고도 믿으며, 그분의 말씀의 힘을 믿는 복된 순례를 떠나도록 하자!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에 이틀 동안 머물렀다가 갈릴래아로 가셨다(4,3 참조). 거기서 그분은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행한 표징들을 목격한 갈릴래아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요한 복음사가는 그분이 예루살렘에서부터 멀리 갈수록 더 따뜻한 환영을 받았음을 전하고자 한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갈릴래아에서 자신이 최초로 복음의 창조적인 힘을 드러냈던 카나로 가셨다. 그런데 카파르나움에 사는 왕실 관리 한 사람이 약 32 킬로미터나 떨어진 카나에 있는 예수님께 찾아와, 병으로 죽어가는 자기 아들을 고쳐주시라고 사정한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4,48) 하고 책망 섞인 말씀을 하신다. 그래도 왕실 관리는 예수님께 “주님, 제 아이가 죽기 전에 같이 내려가 주십시오.”(4,49) 하고 애원한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 집에 가시지 않고 “가가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4,50)라고 하신다. 이에 그 이방인 왕실 관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고도 그분의 말씀을 믿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바로 그 시간에 관리의 아들은 완쾌되었고, 그의 온 집안은 그분을 믿게 되었다(4,51-53).

나자렛에서 목수일을 하고 살아온 보잘것없는 예수를, 당시 사회에서 지위가 높은 왕실 관리가 찾아와서 간청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예수님께 아들의 치유를 청한 것은 그의 가난하고 겸손한 자세에서 나오는 영의 눈길 때문이었다. 더구나 고관은 카파르나움에서 카나까지의 먼 거리를 고생하며 걸어와 예수를 찾아왔을 뿐 아니라, 위기에 빠진 아들을 위해 신분이나 인습이나 주위 시선이나 어떤 야유에도 개의치 않고 예수님을 믿었다. 그만큼 그에게는 단순한 믿음이 있었고, 자신이 아닌 살려주시는 분, 예수께 시선을 두었으며, 인내와 희망, 진지함과 성실함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그 관리는 예루살렘에서 표징을 보았던 갈릴래아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나았다.

나의 삶을 성찰해보자. 나는 왕실 관리처럼 가난하고 겸손한 자세로 주님을 믿는가? 예수님 앞에서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나 체면, 자만심을 철저히 버리고 단순한 믿음으로 청했던 왕실 관리처럼 전적으로 의탁하는가? 이젠 껍데기 인생, 흉내내는 인생, 남의 눈치보며 사는 인생을 그만 두고 내 믿음을 살자. 또한 참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며 이웃을 이롭게 하려고 땀을 흘리고 고통을 겪어내는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인생살이에서 그저 내 원의나 취향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며, 인간 조건에 따라 평가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으나 인간이도록 해주는 근원적인 창조의 원점이다. 뿐만 아니라 신앙은 왕실 관리처럼 아픈 아들이 신음하는 자기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씀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엄청난 도전이다. 이제 이 도전 앞에 나를 포장하고 있는 모든 인간조건과 장치들과 가면을 벗어버리고,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이요 생명이신 그분을 만나기 위해 빈그릇을 마련하자! 진정한 믿음이란 나를 비워 주님을 받아들임이요, 나를 포기하고 주님께 맡기는 것이니...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