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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18 조회수962 추천수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3월 18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
 
whoever hears my word
and believes in the one who sent me
has eternal life.
(Jn.5,24)
 
 
제1독서 이사 49,8-15
복음 요한 5,17-30
 

어느 병원에 한 어린이가 피가 흐르는 손을 부여잡고 들어왔습니다. 면도칼에 손을 베어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연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 어린이는 장난을 치다가 돈가스를 자르는 나이프로 손바닥을 긋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처 하나 남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아용 종이 자르는 가윗날로 손바닥을 그어 보았습니다. 당연히 이번 역시 상처가 나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순간 이 어린이는 스스로가 초능력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어떤 무기로 자기를 베어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안방 화장대에서 면도칼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도 자신만만하게 손바닥을 쓱 그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런 이유로 병원에 가게 된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가 경험했으니 자신의 생각과 말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자신의 옳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아픔과 상처를 안겨 주기도 합니다. 착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결국 스스로 커다란 손해에 빠질 수 있어도 자신의 주장을 거두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한 본당 신자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며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더군요. 본당을 위해서 너무 열심히 살아서 병까지 얻은 신부이거든요. 그런데 전임 신부님과 비교하면서 “신부님이 잘못.”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신도 인간이라 서운하고 너무 힘들었다는 고백을 하더군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생각을 간직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하긴 예수님 시대의 종교 지도자들을 비롯한 유다인들도 이런 부류였지요. 그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예수님을 그리고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는 예수님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들까지도 받아들이기 위해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자세한 설명도 해주시지만, 죽여야 할 ‘사람’으로 규정해 버릴 뿐이었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닌 섬기러 오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겸손을 떠올려 봅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겸손을 가지고 이 땅에 오셨지만, 우리들은 그 겸손을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옳음을 내세우며 여전히 가르치고 지배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십자가에 예수님을 못 박아 버리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남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다시금 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죽음은 인생의 알곡을 가려내고, 굴곡된 시선을 바로잡는다(타키투스).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들어야 합니다.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유선경, ‘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중에서)

여름방학 때 손자가 놀러온다는 소식에 시골의 할머니는 하루전날 간식을 사서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습니다. 드디어 손자가 도착하자 할머니는 줄 것이 있다면 조용히 방으로 데려가 장롱을 열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큰맘 먹고 사둔 간식이 온데간데없었습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먹이려고 하루 전날 미리 사서 다른 식구들 몰래 장롱 깊숙이 넣어둔 간식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믿지 못하겠지만 실화입니다. 아이스크림이 귀했던 시절이라 한 번도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 없는 할머니는 그것이 녹아 없어진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망연자실했을까요. 졸지에 손자 앞에서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할머니의 애틋한 손자 사랑을 담고 있는 이 이야기를 달리 해석해보려 합니다. ‘내가 아끼는 것의 실체가 바로 그 아이스크림 같다’고요. 귀하다고 애지중지 아끼다가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립니다. 아무리 천하에 둘도 없이 귀한 거라도 그때가 아니면, 그 사람한테가 아니면, 사라져버리거나 쓸모없이 돼버립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좋은 것들은 적당한 때에 적당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써버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겸손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늘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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