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3 조회수700 추천수14 반대(0)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저는 불평과 불만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첫째는 가정형편입니다. 집이 없어서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주인 집 아이에게 주눅이 들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낼 육성회비도 제 때에 내지 못하였습니다. 가난이 불행은 아니지만 가난은 참 많이 불편하였습니다. 둘째는 외모입니다. 키도 작았고, 운동신경이 별로 없어서 운동도 잘 못했습니다. 예술적인 감각도 적어서 그림도 잘 못 그렸습니다. 거울 앞에서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저 자신을 보곤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열등감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들이 사치였음을 느끼게 해 준 분이 있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이 지연씨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짧아진 여덟 개의 손가락을 쓰면서 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110역을 해내는 엄지손가락으로 생활하고 글을 쓰면서는 엄지손가락을 온전히 남겨주신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 없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 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았고 막대기 같아져 버린 오른팔을 쓰면서 왜 하느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 손이 귀까지 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온전치 못한 오른쪽 귓바퀴 덕분에 귓바퀴라는 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느님이 정교하게 만들어주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잠시지만 다리에서 피부를 많이 떼어내 절뚝절뚝 걸으면서는 다리가 불편한 이들에게 걷는다는 일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는지. 껍데기일 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남겨주신 피부들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감사했으며 하느님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정교하고 세심한 계획아래 만드셨는지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 중에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백분의 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 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 ,때로는 죄인으로, 얼굴도 이름도 초라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그 기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고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 테니까 그 누구도 , 그 어떤 삶에도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말씀은 시편 23장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당신께서 저의 원수들 앞에서 저에게 상을 차려 주시고 제 머리에 향유를 발라 주시니 저의 술잔도 가득합니다. 저의 한평생 모든 날에 호의와 자애만이 저를 따르리니 저는 일생토록 주님의 집에 사오리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한주간이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이웃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기쁜 소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조금 손해를 볼지라도, 양심을 따르고,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할 때, 그래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그런 한 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죽음의 골자기를 간다 할지라도, 주님 함께 계시면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나이다.’ 힘든 시간, 어려운 시간이 닥칠지라도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충실하게 주어진 길을 걸어 갈 수 있는 굳센 믿음으로 사순시기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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