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4 조회수952 추천수8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3월 24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The one who sent me is with me.
He has not left me alone,
because I always do what is pleasing to him.
(Jn.8,28)
 
 
제1독서 민수 21,4-9
복음 요한 8,21-30
 

어제는 조금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강남에서 교육을 받은 뒤, 주일에는 어느 성당에서 특강까지 있었거든요. 특강 후에는 편찮으신 부모님과 함께 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나흘 동안 바빠서 청소도 제대로 못해 집이 완전 난장판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누워 잠들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푹 잠을 잔 뒤에 월요일 아침부터 집안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싫어서 그동안은 매일 조금씩 청소와 정리를 했기에 특별히 대청소할 것도 없었는데, 어제 아침에 바라보는 제 방은 완전히 쓰레기 소굴 같았습니다. 청소, 정리, 빨래까지 어제 오전 내내 했습니다.

누군가가 깨끗하게 사는 방법은 잘 버릴 줄 알면 된다고 하지요. 저도 이 말에 공감하면서 잘 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아 버리려고 하는데, 이 물건들을 통해서 많은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솔직히 지난 일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제게는 별로 필요 없는 물건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물건을 통해 떠오르는 기억이 저를 설레게 하기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남기게 됩니다. 분명히 앞으로 쓸 일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앞으로 쓸 일이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저와의 기억 때문에 차마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억이 없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려지게 되었지요. 이런 물건들만이 아니겠지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휴대전화 주소록에서 좋은 기억으로 설레게 하는 사람은 아무리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절대로 지우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믿고 따른다는 주님과의 관계는 어떤 것 같습니까? 주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설레면서 기대를 하게 됩니까? 만약 그런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주님과의 기억이 없는 분이지요. 그래서 주님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주님을 만나도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들처럼 “당신이 누구요?”라고 멍청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기억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를 심판하실 가장 중요한 분임을 깨닫고 그분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설렘의 기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기억으로 주님을 버리지 않고 언제나 그분과 함께 하는 소중한 만남을 계속 간직하도록 할 것입니다.

구리뱀을 봐야 살 수 있었던 출애굽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십자가의 주님을 봐야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희망은 땅과 같다. 해마다 수확을 거두고 결코 바닥나지 않는 재산이다(로버트 루이스).


구리뱀을 세웠던 느보산의 십자가.

 

고구마의 법칙(오정환)

고구마를 찔 때 익었는지 확인하려고 젓가락을 찔러 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젓가락에 많이 찔린 고구마가 더 빨리 익는다. 젓가락 구멍 사이로 뜨거운 김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어제 읽은 책에서 본 글입니다. 짧은 구절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우리 삶 안에서도 젓가락 구멍처럼 아픔의 상처를 갖게 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 상처의 자국이 흉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고구마가 빨리 익을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완숙미가 넘치게 하는 것은 내게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이라는 아픔의 상처임을 깨닫습니다.

고통과 시련을 무조건 없애고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는 것은 없습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본 고구마가 빨리 익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