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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9 조회수1,052 추천수15 반대(0)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로부터 배반을 당하셨고, 부당한 재판을 받았으며 억울하게 십자가를 지고 가신 것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주님을 따른다고 맹세까지 했던 제자는 예수님을 3번이나 모른다고 하였고, 호산나라고 환호하던 군중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습니다. 빌라도와 율법학자들은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무죄하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하였습니다. 외로웠던 예수님께서는 주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며 절망 중에 죽음을 당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종교를 만든 교주의 삶을 이토록 비참하게 이야기하는 종교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용비어천가를 이야기 합니다. 많은 업적을 남겼고, 세상을 떠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애도 하였으며, 참으로 위대한 분이셨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도 허물을 들추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난 잘못은 모두 덮어두기 마련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위로와 희망을 준 것들을 말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이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우리 가톨릭교회는 매년 가장 긴 시간을 정해서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것일까요? 제자들의 배반을 고백하는 것일까요? 군중들의 무관심을 들추어내는 것일까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위선과 탐욕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수난, 십자가, 죽음은 2000년 전의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 진형형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배역만 바뀌었을 뿐, 예수님의 수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직자들의 타락과 위선을 오늘도 보고 있습니다. 남에게는 희생과 봉사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손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묻히지 않으려 합니다. 신학을 이야기하지만 신앙은 없는 건조한 성직자들의 모습을 봅니다. 세상의 재물에는 눈이 밝아지면서 오랜 교회의 전통인 영성에는 메마른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강도를 만나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외면하기도 합니다. 오래된 원전은 다수결로 가동되고 있으며, 차가운 바다 속에 침몰한 세월호는 1년이 지나도록 경비가 많이 든다고 인양하지 않으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늘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현장에는 무서워 도망을 간 제자들처럼 종교의 지도자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해야 할 배우자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믿었던 친구의 등 뒤에서 비수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리당략을 위해서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냄새나는 돈을 받아먹고 국가의 안전을 지켜내는 무기들을 엉터리로 사들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서 사람들을 기소하고, 소중한 인권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유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을 멈출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위로와 희망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시몬, 부산의 시몬, 제주의 시몬이 묵묵히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있음을 봅니다. 본당 공동체에도 이런 시몬들이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있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린 베로니카처럼 지금도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리는 마리아, 데레사, 루시아가 있습니다. 고난의 현장에서 외로운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분들이 있음을 봅니다.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부터 성주간 피정을 합니다. 좋은 피정이 되도록 기도부탁 드립니다. 부활 대축일 이후에 묵상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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