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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지주일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2015년 03월 29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9 조회수787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지 주일
(2015년 03월 29일)

 

오늘부터 위대한 한 주간, 거룩한 주간,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이 일주일에 걸쳐 주님은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고 최후만찬을 하시고 수난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 구원을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의 첫걸음을 주님은 오늘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것으로 시작하십니다.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도성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입성 예식에서 들은 마르코 복음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 말하는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적대자들이 사는 본거지입니다. 죽음의 도시입니다.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그 도성을 향해 길을 떠나 오늘 드디어 이 도성 안으로, 적대자들이 호시탐탐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중심으로 들어가십니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호산나”를 큰 소리로 외치며 주님을 환영합니다. 호산나는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의미로 기쁨과 승리를 표현하는 외침입니다. 이렇게 외칩니다. “다가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는 복되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다윗의 나라’는 유대인이 염원하던 나라였습니다. 민족적인 열망이었습니다. 유대인들만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이러한 꿈을 예루살렘의 군중들은 예수님에게서 보았습니다.

 

반면에 유대 종교 지도자들은 다른 눈으로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한 마디로 위험 인물이었습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이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실 때 이미 바리사이와 율사들을 비롯한 적대자들이 염탐하러 예루살렘에서 왔다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생활 초기부터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적대 세력의 본격지로 등장합니다. 굉장히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그토록 열렬히 환호하던 군중들도 점차 태도를 바꿉니다. 유대 지도자들과 한패가 되어 예수님을 반대하는 살인 동조자로 돌변합니다. 환호에서 분노로 바뀝니다. 힘없이 체포되어 죄수로 자신들 앞에 선 예수님을 보자, 자신들의 꿈이 틀어졌다고 죽이려고 합니다. 먹이를 눈 앞에 둔 짐승처럼 이를 갈면서 악랄하게 외칩니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제자들도 모두 예수님을 버립니다. 예수님은 철저히 소외되어 죽음의 십자가를 향해 홀로 걸어가십니다.

 

우리 마음에도 예루살렘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 안에도 주님을 거부하는 도성이 분명 있습니다. 예수님께 우리 희망을 두고 정말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일하고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수도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 때문에 마음이 틀어지면 주님을 배반하지는 않습니까? 이기적인 내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예수님을 버리지는 않습니까? 양철 냄비가 금방 식어버리는 것처럼 주님께 대한 순수한 열정이 퇴색되고 점차 식어가지는 않습니까? 주님 아닌 다른 것에 우리 마음을 두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럴수록 주님은 우리 마음의 예루살렘에서 다시 한번 더 철저히 고립되고 다시 한번 더 십자가의 길, 죽음의 길을 가십니다.

 

그러나 주님은 적대자인 우리와 같지 않습니다.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버려도 그분은 절대 우리를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사랑하는 그 열정은 더 뜨거워지지 결코 식지않습니다. 결코 주님은 당신의 적대자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단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십자가에서 드러났습니다. 십자가는 사랑의 징표입니다. 주님은 십자가에서 용서하셨고 죽음에서 부활하심으로써 그 사랑을 증명하셨습니다. 우리 마음의 예루살렘 한 가운데 십자가가 세워질 때 우리는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주님의 그 마음을 체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랑의 십자가 안에서 죽음의 예루살렘은 생명의 새 예루살렘, 미움의 예루살렘은 사랑의 새 예루살렘, 거부의 예루살렘은 받아들임의 새 예루살렘으로 변모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새 예루살렘의 시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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