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1 화,
- 신앙의 밤
예수님께서는 수난의 때를 앞두고, 제자들 중 한 명이 자신을 팔아넘길 때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산란해지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요한 13,21)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당황하여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묻습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이 빵을 적셔서 유다에게 주시는 동작으로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갔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그러한 동작이 유다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일을 하게 될 제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계셨고, 이제 당신의 때가 다가왔던 것입니다.
다만 열두 사도로 부르심을 받을 때부터 유다 이스카리옷이 예수님을 팔아넘길 제자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어느 순간 찾아오는 위기와 어둠의 시간에 걸려 넘어져 ‘유다’의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어둠이 눈을 가리고 세속의 욕망이 영혼을 어둡게 하면 우리 역시 예수님을 팔아넘기는 행위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사탄에게 이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자신이 가는 곳에 지금은 따라올 수 없다고 말씀하시자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요한 13,37)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그러나 베드로에게도 밤은 찾아옵니다.
이제 그 신앙의 밤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릅니다.
- 안승태 신부(서울대교구 국내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