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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또 다시 성 목요일에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02 조회수1,14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또 다시 성 목요일에


 

예수님께서 최후만찬석상에서 행하신 세족례는 요즘 교회 안의 성삼일 전례 때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나 단체에서도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 그 파급효과에 너나할 것 없이 감동을 받습니다.


 

또 다시 주님 만찬 성목요일입니다. 세족례를 거행할 때 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세족례는 당신 제자들을 향한 스승 예수님의 충격요법’이라는 생각. 틈만 나면 제자들을 향해 겸손해라, 자신을 낮춰라, 종의 자세로 섬겨라, 강조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실 그 때뿐 , 마치 오늘 우리들처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제자들이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우셨던 예수님께서 성 목요일 만찬 석상에서 마지막으로 충격요법을 사용하십니다. 식사 중에 갑자기 겉옷을 벗으십니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더니 털썩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으십니다. 당시 몸종들의 몫이었던 일, 제자들의 발을 일일이 씻어주십니다.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고, 너무나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었기에, 앉아있던 제자들은 다들 깜짝 놀랍니다. 너무나 송구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이런 죄송스러운 마음의 표현이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였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세족례를 통해 모든 지도자들에게 깊은 자기반성과 내적 성찰을 요구하십니다. 오늘 성 목요일은 세상의 모든 지도자들,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수장들, 학계의 총장님들, 교장님들, 교회 안의 단체장님들, 원장님들, 주임신부님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성찰해야 하는 날입니다. 더불어 다시금 자신을 새롭게 쇄신시키고 새 출발하는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이런 직책과 권한을 부여하신 것은 섬김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한 것이다. 나는 가장 낮은 사람, 나는 가장 부족한 사람, 나는 가장 아래에 서있는 사람, 나는 가장 사람들이 꺼려하는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할 사람이다.”는 대대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성삼일을 시작하는 오늘 성목요일, 심오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싶으시겠지요. 그분의 실체를 손에 잡힐 듯이 느껴보고 싶으실 것입니다. 좀 더 그분 가까이 다가서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뿐입니다.


 

그 옛날 세족례를 주관하신 예수님처럼 형제들 앞에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형제들의 발을 씻어주어야 합니다. 일 년에 단 한번이 아니라 매일 매 순간, 형제적 봉사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세족례는 지고지순한 하느님의 손길과 비천한 우리 인간의 바닥이 맞닿는 은혜로운 순간입니다. 오늘 성 목요일은 참으로 복된 밤이며 은혜로운 밤입니다.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 만물의 창조주 하느님께서 한갓 피조물인 인간의 발을 씻어주시기 위해 허리를 굽히신 복된 밤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그 극진한 사랑, 그 깊은 겸손이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성 목요일입니다.


 

또 다시 성목요일에 사제직의 본질을 생각합니다. 사제직은 결국 봉사직이라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사제직은 올라가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데 의의가 있음을 상기하겠습니다. 은총의 성목요일, 다시 한 번 봉사하는 사목자, 내려가는 사목자, 겸손한 사목자로 되돌아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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