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토요일(2015년 04월 04일) 생명의 기도, 마음의 기도/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04 조회수1,084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토요일(2015년 04월 04일) 생명의 기도, 마음의 기도

기상종이 울립니다. 어김없이 날이 다시 밝았습니다. 성토요일 아침입니다. 성무일도 아침기도를 하기 위해 수도원 성당에 들어갑니다. 성수를 찍으려고 하니 성수가 없습니다. ‘습관이 무섭구나’ 하며 혼자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벗겨진 제대 위에는 어제 수난 예식에서 사용한 십자가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습니다. 깊은 침묵만이 흐릅니다. 어제 성금요일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절규의 날이었다면 오늘은 아픔조차 사라진 깊은 침묵의 날입니다. 긴박한 사건이 지나간 다음에 반드시 찾아오는 공허와 허탈감. 무덤 앞에서 느끼는 슬픈 허전함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서늘한 공허함이 가득합니다. 찬바람이 붑니다.

작년 성토요일이 생각납니다. 정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너나 할 것없이 모두 깊은 침묵의 바다에 빠졌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도 고통과 슬픔의 침묵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왜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은 지금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절규하고 있습니다. 살고자 하는 생명의 몸부림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성토요일 오늘은 교회에서 미사가 없는 유일한 날입니다. 오직 성무일도만 공동으로 바칩니다. 사실 성토요일은 우리 관심 밖입니다. 성금요일 주님의 죽음과 오늘 저녁부터 시작되는 부활대축일 파스카 성야 사이에 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보냅니다. 그냥 건너가는 날인듯합니다. 부활 준비로 마음이 바쁩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보내면 안됩니다. 마음의 기도를 드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십자가 죽어 무덤에 안장되셨지만 그분은 ‘무덤이 없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 생명의 주인님이 이미 우리 마음에서 활동하십니다. 무덤처럼 차가운 우리 마음에 생명의 뜨거움으로 주님이 이미 오셨습니다. 그래서 성토요일은 생명의 기도를 드리는 날입니다. 우리가 생명을 삶으로 이야기하는 날입니다. 죽음은 생명 앞에 힘이 없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는 날입니다.

생명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마음에 받아들이고 생명의 기도로 승화합니다. 무덤이 없으신 생명의 주님께 봉헌합니다. 작년 묵상글을 인용합니다.

“무거운 죽음의 침묵이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아이를 잃고 쓰러진 부모들의 마음에 생명의 주님이 친히 들어가셔서 힘을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힘을 내십시오. 아이들은 그대들 마음속에서 살아있고 또한 내 안에서도 살아있습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십시오.’ 죽음의 어둠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님,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 저희 모두에게 평화를 주소서.’”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