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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5 주일/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빈무덤을 사랑으로 바꾸며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05 조회수1,667 추천수2 반대(0) 신고
     

예수 부활 대축일 요한 20,1-9(15.4.5)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20,1)



The Empty Tomb

 

 

                   


 빈무덤을 사랑으로 바꾸며  

 

따뜻한 봄 공기와 더불어 부활대축일을 맞았다. 사순시기에서 부활로 넘어가는 이 여정처럼 우리네 일상사도 그분과 더불어, 그분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고 모든 이에게 화사한 봄빛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허탈감과 절망감에 빠져 있던 사람들 중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여인들이 주님께 대한 충성심 때문에 일요일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에 통곡하기 위하여 주님의 무덤에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아직 어두운’이란 말에 주목하자. 그것은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부활을 믿지 않은 상태에서 곧, 여전히 자신의 현실과 자신에게 다가온 아픔에만 시선이 쏠려 있었음을 말해 준다.

그런데 뜻밖에도 무덤 입구를 막아 놓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고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들은 누가 시신을 훔쳐간 것으로 여겼다. 이 여인들은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이 놀라운 사실을 알렸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은 무덤으로 달려갔고, 실제로 무덤이 비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빈 무덤으로 말미암아 예수 부활 신앙에 이르기는 고사하고 매우 당황했을 뿐이다. 그들은 모두 예수님의 전 지상 여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기에 예수님이 누구이시며 어떤 권능을 가지신 분인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고 누구보다도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인간적이며 현세적인 것에만 집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빈 무덤’은 바로 오늘 ‘나’의, ‘우리’의 처지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요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요즈음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여인들과 제자들과 같은 반응과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건강을 돌봐야 하니까 등등 온갖 이유를 대며 목표도 방향도 없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는 않는가? 어떻게 해야 할까? 제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자. 여인들과 제자들은 ‘빈 무덤’ 앞에 아연해 했다. 막달라 마리아는 ‘무덤 입구의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을 보았고, 예수께서 “사랑한 제자”는 무덤 안에 잘 개켜져 있는 “염포들”을 보았으며, 베드로 사도는 “염포들”과 “수건”을 보았다. 제자들은 무덤 안의 이러한 정황을 보고서 즉시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확고한 부활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예수님의 발현을 체험하고 나서였다.

이 빈 무덤과 예수 발현은 사도들과 여인들 안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도망가 버렸던 사도들과 여인들이 모여와 예수님의 죽음을 선포한다.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통하여 자신들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발견하였다. 죽음이 이제는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며, 좌절과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며, 실패가 아닌 승리라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 예수님의 부활은 하느님의 생명과 예수님의 영원한 진리가 그 어떤 세력에 의해서도 결코 죽임을 당할 수 없는 것임을 우주적으로 선언한 사건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부활은 봄이 오고 꽃이 피듯 저절로 찾아오는 평범한 하루가 아니다. 부활은 ‘오늘’, ‘나’에게서 ‘우리’ 안에서 재현되어야 한다. 주님의 사랑을 갈망하여 그분과 일치하기를 바라는 우리는 그분과 더불어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다시 새롭게 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할 나는, 죄악과 허물, 탐욕, 무관심, 소극적인 태도, 편협한 마음, 미움, 증오 등을 ‘빈 무덤’에 묻어버려야 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빈 무덤에도 허공에도 계시지 않는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들을 갈라놓는 ‘무덤 입구의 돌’을 치워버리고 살아계신 주님의 가르침을 살도록 하자.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이제 사랑이 담긴 작은 손길을 형제자매들의 빈자리에, 빈 주머니에, 빈 가슴에 채워 넣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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