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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4.8 수/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되돌아가는 기쁨의 순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07 조회수1,395 추천수7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수, 루카 24,13-35(15.4.8)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자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4,31)



The Appearance on the Road to Emmaus

 

 

               

 되돌아가는 기쁨의 순례  

 

인생은 어쩌면 되돌이표와 같은 것이리라.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기 위해서 떠났다가 되돌아오고, 하느님의 선에서 멀어졌다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길이다. 한마디로 길 위의 인생이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길을 제시해 준다. 엠마오로 가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만나는 두 가지 길로서 말씀과 성체를 제시해 주신다. 엠마오에서의 예수 발현사화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했는지를 보여주며,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하며 살아야 하며, 그것을 체험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 준다. 제자들의 엠마오 여행은 어떻게 주님 부재의 삶이 ‘주님과 함께 하는 삶’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실패와 절망과 슬픔에 잠긴 제자들의 슬픈 여행이 예수님과 함께 하는 참 기쁨의 여행으로 바뀌는 신앙의 여정을 핵심적으로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이 여행은 바로 ‘나’와 ‘우리’의 여행이어야 한다.

나는 삶의 여정에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찾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여행길의 제자들은 예수님을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19절), ‘이스라엘을 속량하실 분’으로 믿는 신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십자가’ 때문에,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을 목격하고 인간적인 슬픔과 좌절에 빠졌고 신앙을 잃어버렸다. 이처럼 고통과 시련은 우리 신앙을 키우는 약이지만 신앙인들을 시험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힘과 사랑 안에서 이런 시련을 신앙과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엠마오 길의 제자들의 슬픔과 좌절, 낙담은 오늘 나의 체험일 수 있다. 이렇게 신앙의 위기에 빠진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극복하고 포용할 힘을 주신다. 그분은 다가오시어, 함께 동행하시면서,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시며 관심을 가지시고,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시며, 성경 말씀을 설명하시면서 ‘고통의 구세사적 구원적인 의미와 가치’를 알려 주신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25절)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26절)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30-31절)

이렇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계신다. 그러나 일상생활 한 가운데서는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기 어렵다(16절 참조). 그런데 성서의 말씀을 접할 때 그분의 현존을 감지하게 되고,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더욱 더 그 현존을 뚜렷이 의식한다. 육안으로 보려 하고 감각적으로 느끼려 할 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는 없다. 육의 정신과 육의 열매들은 우리를 눈멀게 한다. 우리가 눈뜰 수 있는 것은(31절) 부활하신 예수께서 주시는 생명의 빵을 통해서이다.

부활은 이렇듯 ‘깨달아가는 삶’이다. 이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비천함과 죄를, 하느님 없이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하느님의 지혜를, 하느님의 선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분과 만나게 될 때, 그분을 바라보게 될 때 눈이 열리어 그분을 알아뵙게 되고 우리의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게 되며, 무딘 마음에 열정적인 신앙이 찾아드는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자 ‘곧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부활 신앙을 고백하는 일단의 제자들과의 만남과 일치가 이루어진다. 이 엠마오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다른 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서로를 건네주면서 운명을 같이하는 엠마오의 길을 걸어가기로 하자. 하느님의 말씀에서 생명을 주는 양식을 받아 사랑의 친교를 나누며 부활하신 그분을 함께 호흡하기로 하자. 이러한 새로운 체험, 주님과 이웃과 함께 하는 체험이 있을 때, 우리는 일상의 삶 안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하느님 아버지를 증거하기 위해 형제자매들에게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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