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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0 금/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내 앞에 놓인 두 갈래길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09 조회수1,043 추천수8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내 금, 요한 21,1-14(15.4.10)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요한 21,6)


The Appearance to the Seven Disciples
 
 
                   

 내 앞에 놓인 두 갈래길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려 애쓴다. 그러나 그렇다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면 문제다. 오늘 복음을 통해 전혀 다른 두 갈래길에 대해 숙고해보았으면 한다. 요한복음 제21장은 예수님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갈릴래아에서의 발현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성금요일 후에 제자들이 도망갔음(마르 14,50)을 전제하면서 제자들이 자신들의 직업인 어부로 다시 돌아갔음을 당연한 사실처럼 전하고 있다. 베드로가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네’(요한 21,3) 하고 말하자 다른 제자들도 그를 따라갔다. 이는 예수를 너무도 잘 알고 따르던 그들이 자신의 처지로, 인간적인 삶의 태도로, 자기중심의 세계로 즉 그리스도 없는 세계로 되돌아갔음을 말해준다.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해변에 서 계셨지만 제자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세속적인 눈으로는 그분을 볼 수가 없다. 제자들은 고기를 전혀 잡지 못했으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하자’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가 잡혔다. 이것을 통하여 사랑받는 제자는 예수를 알아보게 된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비록 옛 삶의 자리로 되돌아갔지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랐다. ‘오른편’은 행운의 자리, 영의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왼편’은 세속적인 가치관에 따른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영의 질서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그리스도와 함께 할 때에만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참된 회개이며, 이로써 하느님과의 진정한 만남이 가능해진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하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 오른쪽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깨달음이 있는 세계이다.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며 시각을 달리하여 새롭게 모든 것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베드로와 제자들이 고기를 잡고 있는 바다는 우리의 일상의 삶의 터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고통을 많이 겪고 있다. 이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신에게서 온다. 고통의 뿌리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감정에 끈을 묶어두려는데 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세상 끝날까지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없다. 다른 이들이 또 어떤 사건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고,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 것이 문제다. 상처의 뿌리 고통의 뿌리는 나 자신의 마음이다. 자신의 행복과 불행이 왜 다른 삶의 태도나 반응에 의해 영향을 받아야 하는가? 나는 로보트가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른쪽은 다름 아닌 세상의 어떤 것이 채워지면 행복해진다고 믿는 그릇된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인정받고 칭찬받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라는 뜻이다. 다른 이들의 태도나 시선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만을 의식하며 살라는 뜻이다.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라는 말씀은 과거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리라는 말이다. 이것은 기존의 길들여진 사고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제자들은 베드로가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하고 말하자 그를 따라갔다. 이는 아무런 생각 없이 예수님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버린 채 현세적인 생활방식을 그대로 취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배 오른쪽에 그물을 쳐보아라’ 하시자 자신의 기존의 경험이나 생각을 온전히 버리고 그대로 그분의 말씀을 따랐다. 이것이 바로 새롭게 되는 길이다.

부활한 신앙은 이렇게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을 새롭게 보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눈으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빈 상태의 새로운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래서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거나 내 의지대로 해보려는 것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것도 아니다. 늘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을 불러일으켜 주시고 삶에 빛살을 비추어주시는 하느님께로 마음을 열어놓고 그분을 갈망하는 삶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걱정이나 불안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니 그물이 터지도록 많은(153마리) 고기가 잡혔다(21,11). 인간 편에서 볼 때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상황에서 모든 것이 헛되었으나, 예수님의 개입으로 모든 것이 충만해지고 풍부해진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인간적인 기준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해도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새기도록 하여야 한다. 그분께 시선을 집중하고, 그분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의식을 늘 지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과 함께 하는 삶이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그분이 주시는 풍요로움을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분만이 모든 선의 근원이시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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