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015.04.16.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16 조회수624 추천수5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영령들의 부활을 기원하며
이 시로 대신합니다.

<늦더라도 기다릴테니 돌아오라>

- 신 경 현 시인

떠오르지 못한 채 가라앉은 이유를 물었지만
믿을 수 없는 대답들만
짙은 안개처럼 흘러 나왔다.

젖은 운동화와 하얗게 웃고 있던 이빨 사이로
눈물처럼 짜디 짠 바닷물이 고여 있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마다
V자를 그리던
손가락은 퉁퉁 불어있었다.

엄마가 쥐어준 만 원짜리 몇 장이
지갑 속에서 발견되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마지막 문자를 보내던 휴대폰이
차갑게 굳은 몸으로 건저져 올라왔다.

맞벌이를 하느라
함께 밥 먹은 지 가물거리던
가난한 엄마 아빠는
밥을 삼키지 못했다.

등대불빛이 채 닿지 않은 깜깜한 밤과
갈매기가 무심히 날아오르던 아침에도
바다는 말이 없었고
함께 집으로 가자고
찾아야 할 이름을 불렀으나
거품처럼 허망한 파도만 밀려왔다.

늦더라도 기다릴테니 돌아오라.

죽음을 건져 올리는 일이 일상이 된 나라.
그 일상의 풍랑을 헤쳐나가리라.
믿고 싶었던 아이들이
그 파랑치는 바다를
아이들과 함께 건너가려 했던 부모들이
직립의 걸음을 걷지 못하고
파도에 휩쓸려 가는 나라.

그 나라의 가난한 아이들과 가난한 부모들이
건져 올려진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던 바다.
바다에 떠밀려 유실될 시신을 찾아달라고
빌고 빌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나라.

늦더라도 기다릴테니 돌아오라.

돌아와서 너희들이 못다 이룬 꿈을
살아와서 너희들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을
서툴지만 차근차근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 돌아오라.
늦더라도 기다릴테니.

*신경현 시인은 오랫동안 조선소의 용접공으로 일하다 남원 산내면으로 귀농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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